[단독]베링거, 8월 이미 임상 중단…계약해지 정말 몰랐나

[the300]"리스크 커, 신규 환자 받지 말라"…식약처, 판매 제한적 허용도 도마위

김세관, 하세린 기자 l 2016.10.07 11:14



늑장공시 논란을 빚고 있는 한미약품(이하 한미) 의 계약 상대방 베링거인겔하임(이하 BI)이 이미 지난 8월 말기암 환자 치료제인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의 임상시험 중지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계약해지 시점을 9월29일 공시 당일 통보 받고 알았다는 주장이지만 계약 주요 내용이었던 BI의 임상시험 진행이 중단된 상황에서 계약이 해지될 것을 몰랐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BI가 한미와의 기술계약해지 논의를 사전에 진행하지 않았다고 해명([단독]獨 베링거인겔하임, "첫 계약해지 통보, 9월29일 맞다" )했음에도 계약해지 시점 인지를 둘러싼 의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해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제공한 한미와 BI가 공동으로 지난 8월23일 DMC(Data Monitoring Committee·임상시험 관리 기구)에 보낸 이메일에 따르면 BI는 더 이상 신규 임상환자를 받지 않고, 임상시험 진행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당 이메일은 DMC가 임상시험의 중지를 한미와 BI에 권고했고, 두 회사가 권고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 즉, 임상시험 중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그 위험성을 데이터 검토 기관이 제약회사에 알렸고, 이에 대한 제약사의 답장인 셈.

이메일에 따르면 DMC는 더 이상 신규 임상환자를 받지 말라고 권고했다. DMC는 "유익성(benefit)보다 위험성(risk)이 크다"며 "약 복용을 중단한 환자를 포함해 모든 환자들에게 실험 중단을 공지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약을 통해 효과를 보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전문가와 상의한 후 복용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DMC는 환자들이 약 복용을 중지할 때까지 안전성 데이터 검토를 계속 하도록 결정하는 내용이 이메일에 포함됐다.

특히, BI가 임상시험을 중단하고 향후 새로운 실험은 한미가 계속해 나간다는 내용이 이메일에 포함돼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사실상 임상시험의 주체가 BI에서 한미로 변경된 것. 기술수출 계약의 내용에 중대한 변화가 최소한 이 시점에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계약해지 논의가 BI 내부에서 독자적으로 진행됐고, 지난달 29일 BI의 계약해지 이메일 통보로 인지했다는 것이 한미의 일관된 주장이다. BI도 지난 5일 머니투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계약해지 논의에 한미관계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상시험 중지와 임상시험 주체의 변경이라는 결정적 계약 불이행 상황이 최소한 8월 말 발생했음에도 양사 모두 9월29일 공식 통보 때까지 계약해지 시점을 알리지도 않고, 알지도 못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 다는 것이 정 의원의 의견이다.

아울러 '올리타'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근 제한적 판매 허용 결정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4일 약학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약사심사심의위원회를 열고 "해당 제품의 유익성이 위험성보다 높다고 판단해 판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BI와 DMC가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유익성보다 위험성이 크다"며 더 이상 신규 임상환자를 받아선 안 된다고 돼 있다.

정 의원은 "임상시험 중단(이메일 내용)과 판매 허용(식약처 결정) 기준이 다를 순 있겠지만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뿌려지는 기준이 더 엄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글로벌 임상도 취소하는 상황에서 '제한적'이라는 아무 의미 없는 표현까지 쓰면서 식약처가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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