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 의견 듣기 위해…" 박 대통령,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일까

[the300]넘긴 연설문 자료 등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최순실은 이번 건으로 처벌하기 어려울수도

진상현 기자 l 2016.10.26 05:45



 자문을 구하기 위해 연설문 등을 유출한 박근혜 대통령과 이를 받아본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25일 헌법과 관련 법률, 국가기록원 등에 따르면 대통령은 헌법상 재임 기간 중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곤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퇴임하거나 탄핵이 결정된 후에는 해당 혐의로 기소가 가능하다. 박 대통령의 행위에 위법 사항이 있다면 재임중은 아니더라도 퇴임 이후에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건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다. 이 법의 14조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ㆍ손상ㆍ은닉ㆍ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고, 19조에선 ‘대통령지정기록물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다. 여기에는 대통령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14조를 위반한 경우는 자료의 파기나 국외 반출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은닉, 유출, 손상 등의 경우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9조를 위반했다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받게 된다.

해당 자료를 박 대통령이 직접 유출하지 않고 다른 청와대 관계자에게 지시를 했다면 유출을 실행한 인사도 공범 또는 종범으로 처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최 씨에게 의견을 묻기 위해 유출한 것으로 보이는 44건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청와대 인사 정보들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이 법 제 2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다음 각목의 기관이 생산·접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을 말한다‘고 돼 있고, 각 목에 해당하는 기관은 ’대통령,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대통령직인수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다. 기록물의 정의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 2에 정의돼 있는데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도서·대장·카드·도면·시청각물·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 자료와 행정박물(行政博物)을 말한다고 돼 있다.

이들 법률이 결국 다양한 형태 자료들을 모두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대통령 연설문과 같은 중요한 자료들의 경우 당연히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생산·접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즉 생산이 마무리된 자료가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전달한 자료들은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종적으로 완결된 자료가 아니므로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통령기록물을 관장하는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자료들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통령기록물법 외에 형법상의 공무비밀누설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형법 127조에 규정된 공무상비밀 누설죄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돼 있다.

실제로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 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청와대 행정관 박관천 전 경정은 대통령기록물법과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박 전 경정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당시 유출된 문건이 기록물 자체가 아닌 추가출력물이나 복사본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스스로 조언을 구했다고 밝히면서 최 씨의 경우는 자료 유출 과정에 적극 가담하거나 해당 내용을 누설하는 등의 행위가 없었다면 이번 건으로 처벌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자료 유출이나 파기, 손상 등의 경우에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받아 본 사람에 대한 처벌은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 씨가 유출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거나 지시한 정황이 없다면 공무집행방해죄 적용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 씨의 경우 청와대 문서를 먼저 받아볼 정도로 국정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되고,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 검찰 수사에 따라 다른 위법 행위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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