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 의견 듣기 위해…" 박 대통령,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일까
[the300]넘긴 연설문 자료 등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최순실은 이번 건으로 처벌하기 어려울수도
자문을 구하기 위해 연설문 등을 유출한 박근혜 대통령과 이를 받아본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25일 헌법과 관련 법률, 국가기록원 등에 따르면 대통령은 헌법상 재임 기간 중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곤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퇴임하거나 탄핵이 결정된 후에는 해당 혐의로 기소가 가능하다. 박 대통령의 행위에 위법 사항이 있다면 재임중은 아니더라도 퇴임 이후에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건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다. 이 법의 14조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ㆍ손상ㆍ은닉ㆍ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고, 19조에선 ‘대통령지정기록물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다. 여기에는 대통령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14조를 위반한 경우는 자료의 파기나 국외 반출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은닉, 유출, 손상 등의 경우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9조를 위반했다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받게 된다.
해당 자료를 박 대통령이 직접 유출하지 않고 다른 청와대 관계자에게 지시를 했다면 유출을 실행한 인사도 공범 또는 종범으로 처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최 씨에게 의견을 묻기 위해 유출한 것으로 보이는 44건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청와대 인사 정보들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이 법 제 2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다음 각목의 기관이 생산·접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을 말한다‘고 돼 있고, 각 목에 해당하는 기관은 ’대통령,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대통령직인수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다. 기록물의 정의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 2에 정의돼 있는데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도서·대장·카드·도면·시청각물·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 자료와 행정박물(行政博物)을 말한다고 돼 있다.
이들 법률이 결국 다양한 형태 자료들을 모두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대통령 연설문과 같은 중요한 자료들의 경우 당연히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생산·접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즉 생산이 마무리된 자료가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전달한 자료들은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종적으로 완결된 자료가 아니므로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통령기록물을 관장하는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자료들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통령기록물법 외에 형법상의 공무비밀누설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형법 127조에 규정된 공무상비밀 누설죄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돼 있다.
실제로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 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청와대 행정관 박관천 전 경정은 대통령기록물법과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박 전 경정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당시 유출된 문건이 기록물 자체가 아닌 추가출력물이나 복사본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스스로 조언을 구했다고 밝히면서 최 씨의 경우는 자료 유출 과정에 적극 가담하거나 해당 내용을 누설하는 등의 행위가 없었다면 이번 건으로 처벌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자료 유출이나 파기, 손상 등의 경우에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받아 본 사람에 대한 처벌은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 씨가 유출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거나 지시한 정황이 없다면 공무집행방해죄 적용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 씨의 경우 청와대 문서를 먼저 받아볼 정도로 국정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되고,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 검찰 수사에 따라 다른 위법 행위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