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수법안 지정 고무줄 잣대 논란…"법제화 시급"

[the300]][런치리포트-예산부수법안 전쟁]④

심재현 기자 l 2016.10.27 05:53



법인세·소득세 인상안 등 여야간 이견이 큰 세법 개정안을 둘러싼 예산부수법안 지정 신경전이 심화되면서 국회의장의 예산부수법안 지정 기준이 고무줄 잣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도 세입예산안 부수법안 검토 기준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김준기 예산정책처장은 지난 20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예산부수법안 검토 기준을 묻는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질문에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예산부수법안 지정제도는 예산안 늑장 처리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국회의장이 지정한 예산부수법안은 11월30일까지 각 상임위원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이나 정부가 법안을 발의하면서 예산부수법안 지정 여부를 표시하면 국회의장이 예산정책처의 의견을 들어 지정한다고만 규정됐을 뿐 구체적인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14년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해당 법안이 처리될 경우 세입 증감이 발생하는지를 기준으로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했다. 지난해에는 세입 증감 발생 여부와 함께 해당 법안이 예산안에 반영됐는지를 추가로 검토했다.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법안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경우 세입과 세출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19대 국회 말 국회 의사제도발전기획단은 이런 내용을 국회규정안에 제도화하는 방안을 권고했지만 아직까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산부수법안 지정과 본회의 상정권한이 사실상 국회의장의 '입맛'에 달린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과 야당 출신 국회의장 체제로 내년도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둘러싼 논란이 어느 때보다 격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야3당이 제출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안을 두고 정부와 여야간 이견이 이념 논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원들과 황교안 국무총리 등 정부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오찬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기일인 12월2일 안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예산부수법안도 의장이 지정하여 처리되는 일이 없도록 각 위원회에서 합의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악의 경우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운영위 국감에서 "예산은 세입과 세출이 맞아야 한다는 게 대원칙이고 세입을 늘리는 부수법안이 있는데 세출에 대해 정부예산안에 반영이 안 되면 이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부수법안을 지정할 때 이 점을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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