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이 미르·K 재단 계획서를?" 기업 출연금 배경 논란

[the300]

김성휘 기자,이상배 기자 l 2016.10.27 17:36
미르재단 출연 현황/머니투데이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을 청와대 관저에서 만나 미르·K스포츠 재단 자금출연을 요청했다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의 27일 주장은 사실일 경우 '최순실 게이트' 파문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최씨가 두 재단을 사유화했다는 의혹이 강한 가운데 박 대통령이 기금 출연을 직접 독려했다면 검찰 또는 특검의 수사대상에서 박 대통령을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두 재단에 대기업들이 거액을 선뜻 출연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주제였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 국감 증인들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라고 맞섰지만 대기업들이 유독 두 재단에 신속히 수 억~ 수 십억 원씩 출연한 이유는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미르재단은 SK하이닉스 68억원, 삼성전자 60억원, 현대자동차 46억원에다 대한항공 10억원, 대림산업 6억원 등 굴지의 기업 주력 계열사들로부터 거액을 출연받았다. K스포츠재단에는 그룹 기준 삼성 79억, 현대차와 SK 각각 43억, LG 30억, 포스코 19억원 등 출연금이 모였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위원장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대기업 회장이 대통령 관저로 들어간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공식일정으로 대기업 오너들과 만나 문화융성에 동참을 당부한 일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24일 청와대에서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오찬'을 열고 "우리가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어가는 길에도 기업인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메디치 가문이 돼 문화·예술 분야의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7월 24일에도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센터장과 센터를 지원한 17개 그룹 또는 기업의 총수단을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와 오찬을 가졌다.
K스포츠재단 출연현황/머니투데이


두차례 오찬은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이, 올 1월 K스포츠재단이 각각 설립되기 이전이다. 지난해 2월 오찬의 경우 참석대상은 21곳이다. 이승철 부회장이 참석한 전경련을 제외하면 20곳 기업 가운데 14곳이 미르재단에 출연한 걸로 파악된다. 

박 대통령은 의혹이 뜨거워지던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화융성 정책 관련 "이제는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축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때까지 기업인들과 소통하면서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식 오찬과 관저에서 기업대표를 만나는 일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박 위원장의 주장을 보면, 미르·K스포츠재단이 가시화될 시점에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을 관저로 불렀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전면 부인하고 있어,  박위원장이 추가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의혹으로만 남을 전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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