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놔두고 새 지도부 꾸리는 비주류, 與 사실상 분당

[the300]한 지붕 두 체제…이정현 12월 사퇴 고수-김무성 "꼼수"(종합)

김성휘 기자,고석용 기자,배소진 기자 l 2016.11.14 17:11
(위)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한편 최고위회의에 불참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긴급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최고위원회의 참석 대상이지만 지난 7일부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이정현 지도부 사퇴를 우회적으로 종용하는 상황이다. 2016.11.14/뉴스1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주류와 비박 비주류가 14일 제각기 지도체제를 운영하는 어색한 동거 체제에 돌입했다. 이정현 대표가 다음달 물러나겠다며 사퇴 요구를 일단 거부하자 비주류는 이 대표를 인정하지 않고 독자 운영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형식적으로 같은 당이지만 '심리적 분당' 상태다. 이는 국회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경우 표계산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5선 정병국 의원, 4선 김재경 나경원 의원, 3선 황영철 김세연 이학재 의원 등 전날 열린 비상시국회의 주축인 10여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상시국준비위원회' 모임을 열고 비상시국 대표자회의와 실무위원회 등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모임 황영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급 인사와 시도지사 등을 포함하는 대표자회의 형태로 운영을 하기로 했고, 실무위원회가 전반적인 운영과 관련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위원장은 김재경 의원(4선)이다.

이로써 지난 8월 선출된 현 지도부가 3개월만에 사실상 반쪽 지도부로 전락했다. 비주류쪽 원외 당협위원장은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단식에 나섰다. 하지만 이정현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그야말로 역사 있는 당이고, 많은 선배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서 여기까지 일궈온 당에 해체나 이런 말씀들은 자제하고 신중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비주류를 비판했다. 또 "새 지도부가 출범하기까지 최고위원들과 당직자들과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했다. 

단식농성장에서도 즉각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그는 "하루를 당 대표를 하더라도 (저는) 당원에 의해 뽑힌 사람"이라며 "야당의 말은 신뢰하고 당원들이 뽑은 당 대표를 부정하는 부분에 대해선 제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서 1월21일로 임시전대 날짜를 제시한 것 관련 "설사 내각이 안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12월 20일까지 사퇴하겠다"고 말했다고 염동열 대변인이 전했다. 당대표 궐위시 60일 내 전대를 치르도록 한 당 규정이 적용되고, 전대에 최소 30일이 걸리는 것으로 보면 1월21일 새 지도부 선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무성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자청, "현 지도부는 당원 다수의 불신을 받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예상 못한 그런 (1월 전대) 제안을 하는 것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 및 원외당협위원장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서 성명서를 발표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16.11.13/뉴스1

이처럼 친박 지도부와 비주류가 각각 '마이웨이'를 걸으면서 당이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고조됐다. 이 대표는 오전에 초선 의원들과, 오후엔 재선 의원들과 각각 간담회를 갖고 당 수습방안에 의견을 들었다. 반면 비상시국 준비위에 가담한 재선 의원들은 이 대표 간담회에 가지 않았다. 대신 최근 최고위에 불참하며 이정현 지도부와 선을 긋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 주최 모임엔 참석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당내 3선의원과 점심을, 재선의원들과 저녁식사를 각각 하면서 여론을 청취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발의될 경우 재적 2/3인 200명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야당과 무소속 합계가 171명이므로 새누리당에서 적어도 29명이 찬성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비상시국위원회 멤버들이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단 비주류라도 박 대통령의 거취결단과 탄핵안에 대해 생각이 제각각이어서 아직은 단일대오가 아니다. 

김 전 대표, 하태경 의원 등은 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은 "이대로 가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길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당내에서 탄핵에 대한 목소리는 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 대통령이 특정 시점까지 사임하겠다고 밝히고 그사이 과도정부가 국정을 맡는 이른바 질서있는 퇴진이 합리적이란 의견도 있다.

새누리당이 민심의 지지를 잃었단 점에서 이런 내홍은 예견된 면이 있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11월 2주차 주간집계(7~11일) 결과 새누리당이 19.2%의 지지율로 20%선이 무너졌다. 6주 연속 최저 지지율이고 제3당인 국민의당에 바짝 쫓길 정도다. 염동열 당 대변인은 "국민들은 새누리당에도 공동의 책임을 물었고, 저희들은 겸허히 종아리를 걷고 거듭 태어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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