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오른 '탄핵 카드'..대통령 검찰조사가 명분

[the300]새누리 비박계 동참 가능성…대통령 검찰 조사 결과 따라 탄핵 정국 돌입 전망

김태은 기자 l 2016.11.15 14:38
'2016 민중총궐기 대회'인 12일 밤 서울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6.11.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주장에 동참하면서 정치권에서는 '탄핵 카드'를 본격적으로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는 이상 대통령 퇴진을 이끌어낼 실질적인 방법이 탄핵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은 국회의 권한에는 손놓은 채 국민들의 '촛불'에만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을 의식하고 있기도 하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까지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확정하면서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 절차를 밟는 방안이 점차 수면 위로 올라서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대통령 퇴진운동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당초 탄핵 역풍에 대한 우려와 국회 정족수 부족, 헌법재판소 심판 가능성 등을 고려해 탄핵을 금기시하는 분위기였지만 민심이 박 대통령의 즉시 퇴진으로 확연히 기울면서 탄핵에 대한 족쇄도 풀리는 모습이다.

이에따라 최순실에 이어 안종범 정호성 등의 수사 결과가 공소장에 기재되는 26일을 전후해 정치권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족수 확보? =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공개 주장하는 등 새누리당 비박계가 공론화에 나서면서 국회 정족수 확보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인 150명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 3분의 2이상인 200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121명)과 국민의당(38명), 정의당(6명) 등 야3당의 국회의원 수는 165명이며 여기에 야권성향 무소속 6명을 더하면 총 171명이다.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해서는 29명이 더 필요하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소추안 의결이 통상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지는 만큼 최소 40여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물밑 접촉을 통해 나눈 대화를 종합해보더라도 (새누리당에서) 40여석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새누리 비박의 계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가 대통령 탄핵을 입밖으로 내기 시작한 것은 박 대통령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은 물론 추가로 밝혀질 의혹들까지 고려할 때 민심을 돌이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을 배경으로 당권을 놓지 않고 있는 친박(친박근혜)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박 대통령과의 단절을 선택한 측면도 있다.

또한 차기 대선 스케줄을 고려할 때 하야보다 탄핵이 여권에 유리할 것이란 셈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하야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지만 탄핵은 헌재 심판에 최대 180일이 소요된다. 야권에 비해 뚜렷한 대선 후보가 없는 여권으로선 시간을 벌 수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이날 대구테크노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는 대통령 선거를 치른 후 인수위 준비기간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준비기간이 없을 것"이라며 "하야해서 바로 선거를 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것이 안정적인지, 탄핵이라는 시간을 벌어서 하는 것이 안정적인지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진주장은 같지만..각당의 전략은 = 이에 비해 야당은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퇴진 압박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하야를 요구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의당은 국회의장 직속의 탄핵 검토위원회를 만들자고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구체적인 탄핵 절차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차원에서 탄핵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에서야 대통령 퇴진 당론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 및 무소속 국회의원 10여 명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절차에 대한 헌법적 고찰’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탄핵에 대한 공감대 확산에 나섰다.

토론회를 주최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표류 방지를 위해서 탄핵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탄핵절차를 논의하기 시작해 야당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다양한 정치적 환경을 고려할 때 탄핵이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여전하다. 탄핵 절차에 시간을 보내다보면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대부분을 보낼 수 있어 국민들의 반발을 살 수 있고 헌재가 탄핵 부결로 결론을 내면 오히려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권 지지층 결집의 빌미를 주게 된다는 정치공학적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선 정치권이 탄핵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않다. 더구나 검찰이 사실상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인정할 가능성이 커진만큼 탄핵 절차를 밟지 않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탄핵 추진은 그 자체가 대통령 퇴진에 대한 강한 압박이다"라며 "새누리당 일부가 탄핵을 주장하니 그걸 받으면 안 된다는 논리는 납득이 어렵다. 새누리당 일부도 탄핵을 주장할 만큼 상황은 되돌릴 수 없다고 보는 게 적절하고 탄핵의 정당성과 명분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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