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권한대행 어디까지?..2野 "대통령지시 No,인사권 제한"

[the300](상보)사상 네차례 권한대행에도 규정 미비…법제정·개정 검토착수

김성휘 기자 l 2016.11.25 14:45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해운산업의 부실화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2016.6.15/뉴스1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비해 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업무를 제한하는 법률 마련에 나섰다.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시 이변이 없다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황 총리에 부정적인 야당 입장에선 권한대행의 직무를 엄격히 규정할 필요를 느끼고 있어 탄핵안과 동시에 법률 정비도 해야 한단 주장이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이르면 28일 공동으로 긴급 토론회를 열고 관련법 필요성과 규정할 범위, 이를 위해 고치거나 만들어야 하는 법률안이 무엇인지를 점검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민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앞두고 혼선을 막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정지는 어디까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법적으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가칭 대통령 권한대행 지위 및 역할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권한대행법' 제정안의 구체적 조문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우선 대통령 권한대행과 직무정지상태의 대통령의 관계 설정, 권한대행의 직무범위, 청와대비서실과 경호실의 업무범위 등을 다룬다. 권한대행이 대통령에 업무보고를 하거나 대통령 지시를 받는 것은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제재조치를 둘 전망이다. 청와대 경호실, 부속실 등 대통령을 보좌하는 최소업무는 유지하되 대통령의 급여와 업무추진비 지급은 징계위에 회부된 공직자에 준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중이다.

법률 정비는 제정법 하나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야권에선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정부조직법 등 법률뿐 아니라 대통령과 국무총리 역할을 규정한 다수 시행령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헌정사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네 차례나 있었지만 권한대행의 역할 범위는 모호했기 때문이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 사임 후 허정 외무부장관, 1962년 윤보선 대통령 사임 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사망 후 최규하 국무총리,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시 고건 총리가 각각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대통령 궐위시 국무총리 등이 권한을 대행한다는 헌법 제 71조만 있을 뿐 관련 내용이 법률로 분명히 규정된 적은 없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2016.11.24/뉴스1


야권으로선 다가올 '황교안 체제'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황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충실한 '의전총리' '대독총리'란 지적을 받아왔다. 법적으로 역할범위를 정해두지 않으면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에서도 황 총리에게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황 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권한을 행사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당장 내년 초로 예상되는 검찰인사, 1월 임기가 끝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임인사가 관건이다.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아 인사권을 적극 행사하려 하면 야권이 반발할 수 있다. 국무위원은 총리가 제청,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지만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으면 제청과 임명을 동일인이 하게 돼 해석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고건 권한대행은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한 전례가 있다. 외국 대사 신임장 제정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청와대를 찾지 않고, 경호나 의전에 청와대 관련 인력의 참여는 제한했다. 청와대 비서실은 기존 업무를 수행하면서 고 권한대행을 보좌했고 국무조정실은 총리실 업무를 맡았다. 

민 의원은 "고건 대행, 최규하 대행 시절에도 입법미비로 논란이 됐던 것"이라며 "권한대행체제가 최대 몇 개월, 혹은 몇 년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는지도 쟁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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