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횃불이 올랐다.."정치권, 기술 쓰지마"

[the300]

서정아 정치부장 l 2016.12.04 12:45
3일 6차 집회에 횃불이 등장했다. 416개 횃불이 청와대 앞 100 미터까지 진출했다. 구호와 시위 문구도 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보다 즉시 퇴진과 탄핵, 구속이 많아졌다. 또 ‘최순실’ 이름이 사라지고 ‘박근혜’만 남았다.새누리당 해체를 주장하는 시민들은 여의도 국회 앞으로 향했다. 새누리당에 걸린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라는 현수막은 시민이 던진 달걀로 얼룩졌고 붉은 깃발은 찢겨졌다.

비등점에 다다른 듯한 국민의 분노와 의지는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사상 최대 232만 명이 참여한 이날 집회는 여당발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론을 잠재울 것이다. 국민의 세금과 국정 시스템을 개인 네트워크에 이용해온 대통령을 4월까지 직무를 보게 해야 할 근거가 없다. 여당 일부에서 말하는 퇴진 시점을 밝히는 것과 동시에 2선 후퇴 공언도 지금으로선 신뢰하기 힘들다. 이미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수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말을 뒤집어 신뢰를 저버린 대통령과 국민간에 정치적 약속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통령은 피의자신분에 들어가자마자 엘시티 수사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한데 이어 , 국정교과서 백지화를 검토한 교육부에 압박을 가하고 국회에서 여야가 협상한 누리과정의 정부 부담도 막판까지 거부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서 두문불출 한지 35일 만에 외출한 곳은 바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이었다. 마침 시장에는 박사모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검찰수사가 시작되고 퇴진요구를 받은 이후부터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정은 손 놓되 정략에 몰두한 셈이다.

이런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기 위해 남은 것은 법적 수단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탄핵을 원한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헌법에 어긋나는 중대한 행위를 했으니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과 정치권이 제안한 임기단축 개헌은 ’해고’대신 ‘의원 면직’ 카드에 해당한다. 국민투표에 부쳐야 하는 개헌 작업을 부칙에 대통령 임기단축 단서를 넣는 정도로 써버리는 것도 지금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무엇보다 개헌이 입에 오르내리는 순간, 개헌 수요는 봇물처럼 터지면서 개헌 정국이 본격화돼 대통령의 책임은 희석된다.

여전히 논란인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승만에 대한 해석이 시작이었다. 건국 시점과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 격으로 인정하는 것부터 뉴라이트 계의 역사관이 성립한다. 국정 교과서 259p에 4.19 혁명을 묘사하면서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라디오를 통해 하야 담화를 발표하였다’고 한 줄이 나온다.

실제 역사에서 이승만은 끝까지 버티기를 했고, 4월 26일 주한 미대사가 장래를 숙고하라고 건의하고서야 하야 성명서를 작성했다. 그 내용도 “국민이 원한다면 사임하겠다, 3.15 선거에서 부정이 있었다하니 다시 하겠다”는 식이었다. 성명서 이후에도 이승만은 4월27일 국회에 제출할 사임서 서명을 거부하기도 했다. 자신이 사임하면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라이트 관계자들은 이런 역사는 없었던 것처럼 하면서 한발 나아가 “이승만의 하야가 민중의 저항에 굴복한 불명예퇴진이 아니라 , 민중에 화답한 자발적인 역사적 퇴장”이라고 주장한다.

2016년 12월, 국회에서 탄핵이란 기록과 행동으로 대통령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훗날 역사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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