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의 운명, 황교안 손에 달렸다

[the300][탄핵 D-1] 朴대통령, 탄핵시 자진사퇴 거부…황교안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가 '탄핵' 최대 변수

이상배 기자 l 2016.12.08 05:32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로선 가결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 여부의 열쇠를 쥐게 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마칠 헌법재판관 2명의 후임에 대해 임명권을 행사할지가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지을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朴대통령, 탄핵시 자진사퇴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 탄핵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은 법적으로 사퇴가 불가능하고, 탄핵 절차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며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안 가결시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 등 자진사퇴 없이 헌재의 탄핵심판을 통해 마지막까지 시비를 가릴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임명권자는 탄핵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 다만 임명권자가 없는 대통령은 자진사퇴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따라 경우의 수는 3가지로 좁혀졌다. 첫째 탄핵안이 가결되고 헌재가 인용하는 경우, 둘째 탄핵안 가결에도 헌재가 각하·기각하는 경우, 셋째 탄핵안이 부결되는 경우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박 대통령은 '정치적 면죄부'를 받았다고 판단하고 자진사퇴를 거부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민심은 폭발하고 정치권은 치열한 책임공방 속에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탄핵안 가결 즉시 박 대통령은 모든 권한 행사가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박 대통령의 거취는 헌재의 손으로 넘어간다. 헌재의 탄핵심판까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이 소요된다. 탄핵이 인용되면 헌법에 따라 60일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선거일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 총리가 선거일 50일 전까지 공고해야 한다. 물론 탄핵이 각하·기각되면 박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정치적 성격이 강한 헌재의 특성에 비춰볼 때 헌재도 국민 여론을 고려해 탄핵소추를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에 대한 간접재판에 해당하는 최순실씨(개명 후 최서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도 헌재의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부적절'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이 각각 내년 1월31일, 3월14일 임기가 끝난다는 점도 탄핵 인용 여부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헌법에 따르면 헌재가 탄핵소추를 인용하려면 반드시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9명의 재판관 가운데 공석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들에 대한 후임 인선이 늦어져 재판관이 7명만 남는다면 이 중 2명만 탄핵에 반대해도 인용 결정은 불가능하다.

결국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지 여부가 탄핵심판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에 대해선 법적으로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그러나 탄핵심판(180일), 대선 (60일) 기간을 합쳐 임기가 최장 8개월에 불과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헌법학계의 중론이다.

전례에 비춰볼 때 황 총리도 탄핵심판 기간 중 대통령 권한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현상 관리 수준에서 국정운영을 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당시 권한대행이었던 고건 총리는 인사권 등 대통령 고유 권한을 거의 행사하지 않았다. 당장 검찰 인사가 예정대로 내년 1월 단행될지부터 불투명하다. 법무부 장관 공석 사태도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국정 역사교과서 역시 기존의 정부 방침대로 도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본이 이달 중 도쿄 개최를 추진 중인 한일중 정상회의의 경우엔 황 총리가 참석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더라도 임시직의 특성상 자신의 색깔대로 국정을 운영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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