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쇄신'이냐 '분당'이냐… 새누리 비박 운명은

[the300]부결 또는 겨우 가결시 탈당 분당 가능성…압도적 가결시 당 장악 동력 확보

진상현 기자 l 2016.12.09 15:09

유승민, 주호영 등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위원회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6.1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 결과는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탄핵안이 압도적인 찬성표로 가결된다면 당을 장악하고 쇄신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만 부결되거나 200표에 턱걸이로 가결될 경우에는 주류 친박(친 박근혜)계의 재공세에 밀려 집단 탈당 및 분당 사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약 35~40명 정도로 추정되는 새누리당 비박계가 이번 탄핵안 가결에 열쇠를 쥐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무소속 신분인 정세균 국회의장을 포함해 야3당과 무소속 의원 등 172명은 찬성표를 던질 것이 확실시되고 새누리당 주류로 분류되는 친박 또는 중립 성향 새누리당 인사 90여명 가량은 반대 쪽이거나 찬성을 확신할 수 없는 표로 분류된다. 비박계가 일사분란하게 찬성표를 던진다면 최소한 가결 정족수인 200표는 넘긴다는 얘기다.


그러나 탄핵안이 부결되거나 200표를 간신히 넘어 가결이 된다면 새누리당에선 비박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셈이 된다. 비박들 입장에선 목표했던 탄핵을 성사시키는 셈이지만, 당 내에선 다시 소수 처지를 확인하는 결과가 된다. 이 경우엔 박 대통령의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이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강성 친박들의 기류로 볼 때 친박계가 표결 후 소수 비박계에 대한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비박들은 적은 숫자에도 여론을 등에 업고 당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인적 청산 등에서 한계에 부딪힐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당내에서 다시 비주류로 전락하든지 탈당 또는 분당의 길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찬성표가 220~240표가 나온다면 비박계에 외에 친박계나 중립성향 의원들도 20-30명 정도가 찬성에 가담한 셈이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 128명을 기준으로 보면 찬반 의원들이 비슷한 숫자로 포진해 양측이 당의 주도권을 놓고 ‘사생결단’ 결투에 나서는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양측의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엔 역시 비박계가 탈당이나 분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당 갈등이 계속될 경우 민심이 계속 악화될 수 밖에 없고 촉박한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하면 당 밖으로 나와 새로운 거점을 세우는 쪽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찬성표가 240표 이상 압도적으로 나온다면 친박계가 급속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탄핵 찬성파가 주도권을 쥐고 박 대통령의 국정 실패에 책임이 큰 핵심 친박계에 대한 인적 청산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당 해체, 재창당 등을 거치면서 당의 주도 세력이 바뀌고 친박은 소수로 전략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친박계가 새누리당의 핵심 기반인 TK(대구 경북) 등의 정서를 업고 마지막까지 저항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탈당 의원이 20명 이상까지 늘어나 교섭단체 구성까지 갈 수 있다면 보수 정당 사상 사실상 첫 분당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1995년 당시 김종필 의원이 민주자유당을 탈당해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할 때는 5명이 따라 나가는 데 그쳤고, 박근혜 대통령의 한국미래연합이나 김윤환 전 의원의 민주국민당도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새누리당이 분당된다면 선도 탈당파인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용태 의원, 제3지대에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 야권의 국민의당 등과 복잡한 이합집산을 거치면서 정계 개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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