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이 안희정보다 '진보'?…경제·사회 이념성향 따져보니

[the300][2017 대선주자 정책설문-上 경제복지사회 분야]③

이상배 기자 l 2017.01.02 05:33


대권주자들 가운데 경제·사회 분야에서 이념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잠룡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인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보수적인 주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야권 주자면서도 범 여권인 유승민 개혁보수신당(가칭)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보다 오히려 보수적인 색채를 띤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박원순·손학규, 짙은 '진보 색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제외한 대권주자 10명의 설문조사 답변을 토대로 각각의 이념성향을 지표화한 결과 이 같이 분석됐다. 설문조사 문항 가운데 경제·사회 분야에서의 이념성향을 드러내는 13개 객관식 항목의 답변이 근거로 활용됐다.

이념지표는 0을 중도로 놓고 보수성향이 강할수록 양(+)의 절대값, 진보성향이 강할수록 음(-)의 절대값이 커지도록 책정됐다. -2부터 2까지를 중도로 놨을 때 진보 5명, 중도 4명, 보수 1명으로 진보로의 쏠림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시장과 손 전 대표의 이념지표가 각각 -13으로 대권주자 10명 중 이념적으로 가장 왼쪽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시장과 손 전 대표는 대부분의 질문에 "복지예산 대폭 확대", "무상급식 대폭 확대" 등 급진적인 답변을 내놨다.

야권의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념지표 -12로 뒤를 이었다. 문 전 대표의 답변은 대체로 박 시장, 손 전 대표와 같았으나 성과연봉제에 대한 입장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박 시장과 손 전 대표가 '성과연봉제 확대'에 "적극 반대한다"고 밝힌 반면 문 전 대표는 "반대한다"는 온건한 답변을 택했다.

야권의 '다크호스' 이재명 성남시장의 이념지표는 -8로 문 전 대표보다 온건한 것으로 분석됐다. 설문에 응한 대권주자 가운데 이 시장만 유일하게 '대기업 중심의 경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이 시장은 "재벌개혁을 전제로 대기업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답변하며 스스로를 차별화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4로 가장 온건한 진보 색채를 보였다. 김 의원은 "원자력 발전 비중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밝힌 것 외엔 단 한차례도 급진적인 답변을 선택하지 않으며 합리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보수의 좌클릭…대선='온건 진보' 쟁탈전

대권주자 가운데 가장 오른쪽에는 '반(反) 포퓰리즘 투사' 오 전 시장이 자리했다. 이념지표는 7이었다. 중앙정부의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지원 확대에 반대한 건 오 전 시장이 유일했다. 원자력 발전 비중에 대해서도 대부분이 "낮춰야 한다"고 답변한 가운데 오 전 시장만 "현 수준 유지"를 선택했다.

안 지사와 유 의원, 남 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는 중도 그룹으로 분류됐다. 특히 안 지사는 이념지표가 0으로 보수진영의 유 의원(-1), 남 지사(-2)보다도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원 지사의 이념지표는 2로 온건 보수에 가까운 중도 성향을 보였다. 

'중도 확장성'이 강점인 안 지사는 이번 설문에서도 모든 질문에 극단적인 답변을 피하며 대체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진보 진영 뿐 아니라 보수 진영의 주자들까지 모두 반대한 '일반해고 도입'에 대해서도 안 지사는 답변을 유보했다.

유 의원과 남 지사, 원 지사는 대부분 문항에 대한 답변에서 진보진영 주자들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유 의원은 성과연봉제 확대에는 찬성하며 보수적인 색채를 드러냈다. 남 지사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찬성하며 진보진영과의 차별점을 뒀다. 원 지사는 '특수목적고 폐지'에 반대하며 보수적 소신을 내비쳤다. 3명 모두 새누리당 탈당파 중심의 개혁보수신당(가칭)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보수신당의 이념적 색채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시위, 새누리당 분당 등을 거치며 정치권의 무게중심이 급속도로 진보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보수신당도 새누리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적극적인 '좌클릭'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내년 대선에선 민주당, 국민의당에 보수신당까지 '온건 진보' 표심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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