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구도·조기대선…1월 임시국회 '재벌 개혁' 최적기

[the300][런치리포트-"지배구조 손보자" 상법 개정안②]

배소진 기자 l 2017.01.05 05:41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전 비대위대표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국회가 새해를 맞아 '묵혀둔 과제'인 상법 개정안의 먼지를 털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재벌개혁' 바람이 조기대선을 앞두고 거세게 불어닥쳤다. 당초 야권의 '숙원'이기도 한 재벌개혁 입법과제를 놓고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가칭)이 '좌클릭' 경쟁까지 벌이는 등 어느 때보다 강한 드라이브가 걸리는 모습이다.

4일 이종구 개혁보수신당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을 통해 "개별어젠다로 얘기하는 재벌개혁 문제에 대해 찬성(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전자투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 하는 문제,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 추천 1인 사외이사 선임 등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선임 문제에도 찬성 의견이 많았다고 이 정책위의장은 전했다. '당론'으로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공감대 속에 의원들간 집중토론을 거쳐 의견수렴을 해나가겠다고도 밝혔다. 

개혁보수신당은 지난 주부터 의원들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야권이 추진 중인 개혁과제에 대한 의견을 취합해왔다. 13가지 의제 중에는 △법인세 인상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분리선임 △전자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등 7건의 경제분야 개혁법안이 포함됐다. 특히 이 중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분리선임, 전자투표제 등은 2013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법안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상법 개정안에서 제시됐던 내용이다.

개혁보수신당이 '따뜻한 보수, 깨끗한 보수' 기치를 내걸고 '재벌개혁'에 승부수를 걸자, 보수적통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새누리당도 신중하게나마 '검토'해보겠다며 황급히 태도를 바꿨다. 새누리당은 그간 '재벌개혁' 법안이 화두가 될 때마다 논의 테이블에조차 올리기를 꺼렸다.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순실 사태' 관련 재벌의 경영 투명성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등 재벌개혁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오는 9일 공청회를 열고 대기업지배구조 개선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에 대해 당론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주호영 개혁보수신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강정책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재벌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은 기존 야권에서 공조기조가 가장 탄탄한 내용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가 120명의 공동서명으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민의당 역시 채이배 의원의 대표발의로 동명의 법안을 내놓은 상태.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에서는 '여소야대'가 된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일찌감치 상법 개정안을 중점 추진과제로 꼽아왔다.

20대 국회 '여소야대' 지형에서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상법 개정안 논의가 재촉발된 것은 '최순실 게이트'가 불러온 연쇄효과다. 정경유착과 특혜지원 등 논란이 불거지며 어느 때보다 재벌기업에 대한 개혁여론이 거센 상황.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행을 위해 지난 2013년 법무부가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을 때처럼 재계가 강하게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당시 반대에 앞장섰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최순실 사태 여파로 해체 위기에까지 몰려있다.

'집권여당'이 제대로 힘을 쓰기 어려운 형국이 됐다는 점도 야권에 호재다. 개혁보수신당이 창당하면서 여당은 불과 99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만일 새누리당이 상법 개정안에 '당론'으로 반대한다해도 개혁보수신당의 공조만 있으면 야당은 국회선진화법을 손쉽게 넘어설 수 있다. 재적의원 5분의3(180석)을 훌쩍 넘겨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신당 내 의견이 갈려 자우투표 방침으로 정한다 해도 유승민, 김세연, 이혜훈, 김성태, 하태경 의원 등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출신 의원들의 '찬성표'는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원내1당으로 올라선데다 정당지지율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용어 자체를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선점당하며 주도권을 잃었던 것을 반면교사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마련했다는 '상징성' 있는 김 전 대표가 민주당에 몸담고 있다는 점도 힘을 더한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경제민주화에 방점을 찍을 공산이 크다.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 등 대선주자들을 보유한 정당에서도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 '시즌2'를 공약으로 내걸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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