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의 정치상식]YS·DJ 탓? 원래 하나가 아니었다

[the300][우리가 잘못 아는 정치상식](20)

정두언(17·18·19대 국회의원) l 2017.01.21 05:00
1987년 통일민주당을 창당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왼쪽)과 김대중 전 대통령/사진=뉴시스


20. 현 야권은 원래가 하나가 아니었다.

JP(김종필) 총리를 재등장시킨 김대중 정부의 탄생은 우리의 현대 정치사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로 수평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4·19나 5·16 등 정변이나 쿠데타가 아니라 선거를 통해서 여야가 교체된 최초의 경우였기 때문이다. YS는 평생을 야당 정치인으로 컸으나 막판에 3당합당을 통하여 여당으로 말을 갈아타고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위업’을 DJ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YS와 DJ는 둘 다 정통 야당인 민주당(이름이야 수없이 바뀌긴 했지만) 출신이었으나 1987년 대선과정에서 서로 분열하여 그 이후 계속 대립하게 되었다. 그러다 YS는 그의 말대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여권에 합류하여 대권을 쟁취했다. DJ는 본의 아니게 홀로 정통야당의 깃발을 들고 버티다가 결국 대망을 이루게 된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YS와 DJ의 분열이 각각의 대권욕때문인 것으로만 알고 있다. 물론 그것이 일차적인 요인이기 하나 양자의 분열은 실은 오래된 야당의 분열사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 연원을 따지며 거슬러 올라가보면 오래된 분열의 역사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민주당으로 대변되는 과거의 정통 야당은 애초부터 하나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인 두 세력이 대립과 갈등을 계속하며 공존해왔던 정당이었다. 이름 하여 민주당 신파와 구파가 그것이다. 한나라당이 오랫동안 친이·친박으로 갈라져 분열되어 있었지만, 그 정도는 양반일 정도로 민주당의 신파·구파는 '당내 당'이라고까지 할 만한 수준이었다.

민주당의 구파는 조병옥, 신익희로부터 시작해서 윤보선, 김영삼으로 이어지는 반면, 민주당 신파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해서 정일형, 김대중으로 이어진다. 그러다가 DJ만이 야당으로 남게 됨으로써 민주당 구파는 박정희 공화당으로 대표되는 산업화세력에 합류하여 지금의 여권으로 흡수통합된 셈이다. 과거의 정통야당은 지금의 민주당과 달리 정통 ‘보수’야당을 자처했었다. 따라서 당시 민주당 구파가 산업화세력과 연대한 것은 지금 이 시점의 인식과는 달리 무슨 이념을 바꿔가면서까지 전향한 것이 아니다. 

한편 민주당 신파는 원래가 DJ로 대표하듯이 구파보다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었던 데다가, 홀로 야당으로 남게 되자 반사적으로 보다 진보적인 성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광주민중항쟁 이후 한국 사회 내에서 반미, 친북 성향의 세력이 정치 힘을 키워가는 정치지형의 변화도 크게 작용하였지만. 

아무튼 새누리당으로 대변되는 지금의 여권 세력이 아슬아슬하게나마 집권세력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의 바탕에는 야당이 민주화세력 일색인데 반해 여당은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이 합작 연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큰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점에 대해서도 좀 더 학문적인 연구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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