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개인의 탄생, 대선 흔드는 팬덤의 정치학

[the300][팬덤기획1부-팬덤은 어떻게 선거의 주인공이 됐나]①

우경희, 박소연, 고석용 기자 l 2017.02.24 04:00


‘정치 팬덤’은 태풍과 같다. 외부 조직은 거세고 강하다. 폭우를 쏟고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다른 팬덤과 부딪혀 파열음을 낸다. 하지만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고요하다. 마치 태풍의 눈처럼 말이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년을 정치인과 함께 한 팬덤을 단순한 지지층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들에 대한 모욕이다. 태풍의 눈에 있는 이들은 ‘철학자’다. 전략을 넘어선 철학을 갖고 있다. 팬덤 자체가 축을 중심으로 강하게 돌아가는 팽이같은 구조다. 

아담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모든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의 운명에 관심을 갖는 본성이 있다"고 했다. 팬덤의 본질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1인 미디어가 결합해 탄생한 게 2017년 현재의 ‘정치 팬덤’이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어 전파하고, 영상을 생중계할 수 있는 연결의 혁신이 이뤄졌다. 

과거 개인은 미약했다. 혼자 또는 주변 몇몇이 좋아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연결의 혁신은 팬덤을 진화시켰다. 강력한 개인은 서로 연결돼 강력한 팬덤으로 재탄생했다. 영향력은 그 이상 커졌다. 진화의 형태는 다양하다. '초연결' 구조의 문팬(문재인 팬클럽), '느슨한 연결'의 아나요(안희정 팬클럽) 등 형태로 보면 다르지만 모두 팬덤 강자들이다. 

조직이 통합과 분열을 반복하듯 ‘정치 팬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거점으로 분화한다. 문팬은 지난해 1월 문사모(문재인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에 오프라인 토대의 문풍지대, 온라인 기반의 노란우체통, 영상과 사진 중심의 젠틀재인 등이 합치며 거대 조직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6월 통합지도부 선출에 대한 이견으로 분화된다. 분열 같지만 결과적으로 각자 색깔에 맞는 팬덤을 유지하며 공존한다. 팬덤의 외연 확장인 셈이다. 

강력한 실행력을 갖췄다는 '손가혁'(이재명과 손가락혁명군)의 성장 과정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주축 조직에 오프라인 세력이 결합하면서 온-오프 양쪽에서 파괴력을 갖춘 조직으로 거듭났다. 진보진영 팬덤 진화의 또다른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보수 진영 팬덤은 조용하다. 보수 진영의 진화가 진보진영에 비해 늦어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선거를 바꾸는 것은 팬덤이지만 팬덤을 키우는 것 역시 선거다. 발전이 늦은 보수진영 팬덤이 이번 대선 이벤트를 통해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구심을 중심으로 강하게 뭉치는 팬덤의 기본 성향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황대만(황교안 팬클럽) 우성제 간사는 "다수의 보수팬덤이 SNS 활동에 더 각성한다면 에너지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의 결정적 순간엔 항상 팬덤이 있었다. 문재인의 대권 도전은 팬덤의 간곡한 호소 속에서 이뤄졌다. 안희정의 정치 재개도 집으로 쳐들어온 팬들이 이끌어냈다. 그 조언자 내지는 관전자들이 이제 선거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올 대선은 강력한 개인이 연결돼 직접 등장하는 첫 무대다. 머니투데이 더(the)300이 대선기획의 첫 키워드로 '정치팬덤-강력한 개인의 탄생'을 선정한 이유다. 

대선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인용 여부 결정과 민주당 경선 등을 거치며 거세게 요동칠 전망이다. 강력한 진보진영 팬덤은 어떤 화력전을 펼칠까. 그리고 주춤했던 보수진영 팬덤은 어떻게 진화할까. 펜레터를 쓰던 팬덤의 손 끝에 이제 19대 대선의 향방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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