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은 왜 '지금' 이정미 재판관 후임을 지명하나?

[the300]정치적 부담·헌재 마비 우려돼 '지명'의사 밝혀…탄핵심리 영향 우려도

김민우 기자 l 2017.02.24 18:08
양승태 대법원장/사진=뉴스1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정미 헌법재판관(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후임자를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며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양 대법원장이 왜 지금 시점에 이 재판관 후임지명에 나섰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대법원장 지명몫으로 임명된 이 재판관의 임기는 다음달 13일까지다. 통상적으로 대법원장의 지명과 인사청문회를 거쳐 재판관이 임기를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30여 일. 이 때문에 후임인사 절차는 최소 퇴임 한달 전에 시작된다. 그렇다면 양 대법원장은 왜 이제와서야 이 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하겠다고 나섰을까?

우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해 권한이 정지되면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후임인사를 승인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법리적 해석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후임 재판관을 임명하기 위해서는 양 대법원장이 지명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대통령이 승인해야 한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이 후임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논란이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계속 됐기 때문에 후임인사를 진행하기에 정치적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재판관이 퇴임하고 나면 헌재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양 대법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으로 보인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1월 퇴임한 데 이어 이 재판관 마저 퇴임하고 나면 헌재가 7인 재판관 체제가 된다. 그중 한명만 더 사임하거나 퇴임하게되면 헌재의 기능이 마비된다. 심리에는 7명 이상의 재판관이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가 박 대통령의 최종변론기일을 27일로 못박은 상태에서 나온 후임인사 발언이어서 헌재의 탄핵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영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 재판관 후임자 지명에 관해 "후임자를 지금 지명하는 것이 탄핵심판 선고 심리에서 지연의 빌미가 된다는 우려가 있다"며 "여러 제반 사정을 고려해 조만간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헌재에 탄핵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같은 우려는 바로 현실화 됐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후임 지명을 이유로 “헌재에 변론을 종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간사인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날 헌재를 향해 탄핵변론기일 연장을 검토해달라며 헌재 흔들기에 나섰다. 그는 "이렇게 중요한 재판을 하면서 특정 재판관 1인 임기 전에 이걸 꼭 맞춰야 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여러가지 피청구인이 청구한 증거 등이 현실적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고 있는데 탄핵심판의 절차적 정당성 보장이 안 된 상태로 탄핵이 결정되면 그 후에 따르는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재판관 임명)절차에 걸리는 시간은 서두르면 일주일 내로 충분히 될 수 있다"며 "이정미 재판관 임기 만료전에 임명절차가 마무리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대법원은 "검토할 수 있는 일이지 아직 지명계획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헌재 역시 탄핵심판 최종변론은 27일이이라고 못을 박았다. 헌재 관계자는 "8명의 재판관이 합의해 27일을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로 지정해 고지한 것"이라며 "변경되는 것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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