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정치인도 '벌벌'…변화의 중심에 심상정이 있었다

[the300][대선주자 사용설명서-심상정]①"한국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정치인"

김민우 기자 l 2017.03.23 04:30


2007년 10월. 대부업 법정 최고이자율이 49%로 낮아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 최고 이자율이 25%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아 보이지만 2002년전까지는 최고 이자율 상한선 자체가 없었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이후 사채시장의 이자는 연리 200%가 넘기도 했다. 법정최고이자율을 49%까지 낮춘 1등 공신이 바로 심상정 정의당 대표였다.

 

심 대표는 당시 “대다수 국가에서 시중 금리의 두 배를 넘지 않도록 정하고 있지만 연착륙을 위해 40%로 낮추는 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정최고이자율을 20%까지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당시만해도 ‘대부업체가 다 망할 것‘이라고 정부가 반대할 정도로 파격적인 법안이었다. 이처럼 대한민국 크고 작은 변화의 선두에는 진보정당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심상정이 서 있었다. 

 

◇대한민국 변화의 선두에는 그가 있었다 = 그는 원내 입성 첫 해부터 ‘실력있는 정치인’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서민의 대변자로서 정책과 예산배분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재정경제위원회를 선택하면서다. 심 대표 자신도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표현할 만큼 그는 실물경제에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2004년 첫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파생상품 시장을 통한 외환개입으로 1조8000억원대 손해를 초래했음을 밝혀내면서 이헌재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을 제압했다. 그후 그는 공무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정치인이 됐다. 업무보고가 있거나 국정감사가 있을 때면 언제나 공무원들이 “심 의원님 질의서 못 구하면 저 잘린다”며 그의 질의서를 미리 입수하기 위해 의원실 앞에서 밤샘을 하곤 했다.

 

심 대표는 이후 국회 의원전용엘리베이터 폐지, 철도무임승차권 등 의원특권을 없앴고 불법 정치자금에 세금을 물리도록 했다. 모든 정부지출에 성차별을 배제하는 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성인지 예산’도 제도화했다. 이제는 당연시된 무상급식, 근로시간단축 등의 의제를 사회에 끊임없이 던진 것도 심 대표가 속한 정당이었다.

 

이것이 심 의원이 25년 노동운동을 접고 제도권 정치로 뛰어든 이유이기도 했다. 심 대표는 “구로공단을 거쳐 민주노총 금속노조까지 조직의 정점에서 활동해도 정책과 예산배분 결정력을 가지는 국회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한국사회의 실질적 변화에 기여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진보정치의 실패와 반성 그리고 선거구제 개편 = 그러나 너무 많이 앞서갔던 탓일까. 정의당을 대표로하는 진보정당은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를 느꼈다. 정의당의 지지율은 5~7% 수준이다. 노동자·서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고 지만 정작 정의당은 이들의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국민에게 진보정당은 아직 운동권 티를 벗지 못한 비판세력에 불과할 뿐이었다. 2002년 대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주노총 구성원의 47%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고 36%만이 권영길 후보를 지지했다. 

 

심 대표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국민들은 당장 정권을 맡겨 국가를 운영할 능력을 갖춘 정치세력을 수구보수세력과 민주개혁세력 둘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의 정치를 자임했지만 아직 일하는 사람의 희망과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 심 대표의 고민이다. 심 대표는 그래서 2013년 6월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진보정치의 실패를 고백하는 반성문을 썼다. 추억에 잠긴 진보 대신 미래를 여는 진보로, 싸우는 진보에서 밥 먹여 주는 진보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심 대표는 진보정당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체 반성도 필요하지만 제도개혁도 중요하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정의당 지지율을 7%라고 본다면 국회의원 300석 중에 21석을 차지해야 하지만 현재 정의당 의석수는 6석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정당지지율에 비례해 의석수를 보장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그와 진보정당의 오랜 숙원이다. 또 결선투표제를 도입한다면 국민들의 ‘사표방지 심리’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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