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장병 개·돼지 아냐...봉급 월 54만원 지급해야"

[the300]병 봉급 월 25만 9000원 충분하다는 한 매체에 대한 반론

오세중 기자 l 2017.04.05 17:38
김종대 정의당 의원./사진=김창현 기자


병사는 20만원짜리 인생인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5일 "최저임금 40% 수준인 병사 봉급 54만원(2017년 기준, 병장) 지급 공약이 병영에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라는 점을 거듭 밝힌다"고 말했다. 

이는 한 국내매체가 병사들의 열악한 생활 처지를 방치해온 군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 반론글이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29일 국회 미래안보포럼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인 문채봉 박사가 현재 병사들의 월평균 지출금액을 약 20만원으로 산출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에 따르면 21만 6000원을 월급으로 받는 병장의 경우 봉급이 모자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남아돌고, 16만 3000원을 받는 이등병의 경우도 부족한 금액은 3만 7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 병사들이 부족함이 없는 괜찮은 병영생활을 하는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라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이를 토대로 한 국내매체는 병사에게 추가 소요를 최대치로 고려한다 해도 월 지출액은 25만 9000원이기 때문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제시한 봉급 부족분 월 13만원은 부풀려졌으며, 군 생활기간 271만원을 집에서 송금 받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청년들에게 공분을 불러 일으킬만한 관변학자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보수언론의 안이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며 "군 복무로 인한 경력단절, 열악한 주거환경과 급식, 낮은 품질의 개인 장구 보급을 감수하는 현재의 한국군 병사는 20만원 인생이며 이런 연구결과와 기사는 전제부터가 잘못 됐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어 "병사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3대 요소, 즉 사기(morale), 복지(well-fare), 오락(recreation)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생활필수품 소요만을 기준으로 산출한 생명유지 비용만으로 봉급이라고 인식하는 고루한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징병제 시행 국가별 민간 최저임금액 대비 병사 월급표./사진=김종대 의원실 제공


김 의원은 또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권리보장의 사회적 기준은 최저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며 "2016년 기준 병장의 시급은 943원으로 최저임금 6030원의 15%로 베트남(27%), 이집트(100%), 태국(100%), 대만(33%), 이스라엘(34%)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2016년 기준 병장의 하루 일당 6566원(30일치 환산 시)은 교도소 외부 기업체에서 통근 작업을 하는 '개방지역작업자' 수형자 일당 1만 5000원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친다. 

김 의원은 "수형자보다 못한 생활과 군사훈련 외에도 일과 후 갖은 잡일에 시달리는 병영에서 어떤 자율과 창의, 전문성을 도모할 수 있겠냐"면서 "병사들은 개·돼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돈이 부족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억제하고 지출을 못하는 병사들의 처지를 외면한 채, 지출이 25만원 밖에 안 되니 봉급이 그다지 모자라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밝혔다. 

실제 2012년 국방부 설문조사 결과 병사들은 한 달 평균 9~12만원을 집으로부터 지원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국회 대정부 질문 당시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현역 병사들을 상대로 무작위 표본 조사를 한 결과 흡연하는 일병의 경우 한 달 지출비는 27만 1140원으로 월급 14만원에 비해 13만 1140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21개월 동안 부족분은 275만 3940원으로 그 대부분을 부모로부터 충당하고 있고, 비흡연자의 경우 월 6만 3640원이 부족하고 군 복무 중 생활비로 133만원을 부모에게 의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것은 휴가나 외박을 나갔을 때 집에서 받는 돈은 뺀 금액으로 심 후보가 가장 돈이 부족한 병영 약자의 처지를 지적한 것이라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국군복지단 노동조합을 통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봉급이 전년대비 15% 인상된 2016년의 경우에도 병사들의 상황은 계속 악화돼 이제는 부모에게 손을 벌릴 것도 없이 아예 부모님의 체크카드, 또는 신용카드를 병영 내에서 휴대하면서 군이 지급한 나라사랑 카드와 병용하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김 의원은 "이렇듯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상을 외면하면 안 된다"며 "유료 세탁기, 탈수기 비용으로 500원짜리 동전을 모아 보내는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심지어 휴가 때 휴지, 면도기, 샴푸 등 생활필수품을 집에서 가져가는 병사들의 처지는 통계상으로 드러나지도 않는다"며 "제대하는 병사들에게 '대학 등록금 수준의 퇴직금'을 약속했음에도 부족한 봉급의 일부를 적금 형식으로 저축하게 한 뒤 이를 다시 돌려주는 꼼수를 부린 박근혜 정부의 공약파기로 이미 병사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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