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수보회의, 火 국무회의…'대통령의 회의' 스케줄은

[the300][런치리포트-대수비? 수보? 대통령의 회의]①꽉짜인 일정..서별관회의는

우경희 기자 l 2017.05.26 04:00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7.5.25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와대의 하루는 회의로 시작해 회의로 끝난다. 국가의 헤드쿼터로서 매일이 고민과 결정의 연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첫 대통령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를 주재하고 나서야 "이제 뭔가 제대로 돌아간다. 이제는 팀플레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결단한다. 회의를 통해 작동하는 곳이 바로 청와대다.

 

대표적인 회의가 바로 월요일 아침에 열리는 수보회의다. 역대 정부에 따라 매일 열기도, 격일로 열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때는 명칭이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였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보좌관이 신설되면서 다시 참여정부때처럼 ‘수보회의’로 환원됐다. 문 대통령이 받아쓰기, 계급장, 사전결론이 없는 3무(無) 회의를 선언한 바로 그 회의다.

 

◇文대통령·MB는 서열없이 선착순 자리배치…盧대통령 "지각해도 OK" = 회의엔 대통령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다. 문 대통령은 "반대가 없는 회의는 필요 없다"고 했다. 소수의견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을 대하는데 있어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이다. 적어도 수보회의 원칙을 설명하는 모습에 있어서는 문 대통령이 그립이 약할 것이라는 우려는 발을 붙이기 어려워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초반 격주로 회의를 주재했는데 정권 후반으로 갈수록 직접 회의를 주재하는 횟수가 줄었다. 막판엔 월 1회 주재에 그쳤다. 대신 '왕실장'으로 불렸던 김기춘 비서실장이 주 3회(월·수·금)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를 주재했다. 박준우 전 정무수석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비망록이 탄생한 바로 그 회의가 이 박근혜정부의 대수비·실수비다.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수석들과 비서관들 간 서열을 따지지 말자는 취지로 회의 좌석을 따로 정하지 말고 선착순으로 자리에 앉기로 했다. 원조는 MB(이명박 전 대통령)다. 실용주의를 내세운 만큼 역시 수석 간 서열이 없다는 취지로 먼저 오는 대로 앉는 자유좌석제를 실시했다. 늦으면 말석이었다. 참석자들의 도착시간이 빨라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늦어도 오케이(OK)였다. 참여정부 때 정무수석이던 유인태 전 의원이 10분 늦게 회의에 들어왔다. 당시만 해도 생각도 못할 일이었지만 "차가 막혀 늦었다"고 하자 아무 말도 없이 넘어갔다. 노 전 대통령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디귿(ㄷ)자 형태로 대통령을 좌우로 보좌하는 형태였던 회의장 테이블도 두 줄로 바꿔 마주보게 했다. 문 대통령도 수보회의에서 이 두 줄 짜리 회의테이블을 쓴다. 




◇文대통령, 서별관회의 활용할까 = 화요일엔 통상 국무회의가 열린다. 청와대 수보회의에 준하는 행정부 최고 회의다. 대통령 주재로 장관들이 모이는데 그냥 장관회의가 아니다. 최종 의결권을 갖는 최고 심의기관이다. 그래서 회의 참석 대상인 장관들은 별도로 국무위원 지위를 갖는다. 금융위원장이나 공정거래위원장처럼 국무위원이 아닌 장관은 출석과 발언은 할 수 있지만 표결권이 없다. 서울시장도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서별관회의는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진 않지만 청와대 회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회의다. 회의록도, 자료도 없다. 일각에선 군사정부의 잔재라고 비판하고 반대편에선 원활한 정책조율을 위해 꼭 필요한 비공개 회의라고 평가한다. 예전엔 워낙 많은 비밀회의가 있었던 터라 딱히 원조를 따지기 어렵지만 박정희정부 당시 녹실회의가 원류라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이전엔 띄엄띄엄 열리다가 경제관련 이슈가 많았던 YS(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청와대 서쪽 별관을 이용하는 서별관회의의 형태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열렸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장관), 금융위원장, 한은총재 등 경제팀을 모아놓고 때로는 다그치고 때로는 의견을 나누는 형태가 굳어졌다.

 

서별관회의는 참여정부때 사실상 정례회의가 됐고 MB정부때는 거의 매주 화요일 열리다시피 했다. 박근혜정부때 대우조선해양 지원 등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 회의도 바로 서별관회의다. 이른바 '서별관회의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행정부와 재벌의 유착 고리를 끊고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문재인정부가 서별관회의를 존속시킬지, 존속시킨다면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심거리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들과 차를 마시며 자유롭게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2017.5.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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