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첫 위기해법은 '솔까말'…'케바케' 통할까

[the300]장관후보 잇단 위장전입 "선거와 국정, 무게 같을수 없어..사안들 성격 달라"

김성휘 기자 l 2017.05.26 17:57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현 국무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국무위원들에게 “여러분은 엄연한 문재인 정부의 장관들”이라며 “편안하게 새 정부에 이어져야 할 것과 개선돼야 할 많은 것을 조언해 달라”고 말했다.(청와대)2017.5.26/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내각 후보자들의 주소지 위장전입이라는 취임 후 첫 시험대에서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양해를 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위장전입 등 5대 비리가 있으면 공직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서는 인재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얻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원칙과 방향은 그대로"란 입장이지만 인사 기준이 '미세조정'을 거쳐 대선기간과는 다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을 대신해 기자들 앞에 선 임종석 비서실장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며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모두 다르듯 관련 사안도 들여다보면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위장전입이라고 다 같지는 않다는 인식이다. 주소지 위장전입이라도 부동산투기나 '좋은 학교' 진학을 위한 의도가 명백한 게 아니라면 도덕적 흠으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사 전후 시기, 해외연수중 우편물을 받기 위한 주소지 확보 등을 그 예로 들었다. 2000년대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면 그 심각성에도 양해할 여지가 있지 않냐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설명했다.

이런 태도엔 문 대통령의 캐릭터, 정치적인 판단이 모두 녹아 있다. '숨기지 않겠다'는 건 문 대통령의 오랜 구상이다. 전임 대통령이 지나치게 밀실정치와 비선결정에 의존해 국정농단까지 이르렀단 게 문 대통령과 주변 참모들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대통령 일정의 투명한 공개를 대선기간 줄곧 약속했다. 25일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반대의견이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돼도 좋다고 할 만큼 투명성을 강조했다. '위장전입' 논란에 대응하는 자세도 같은 맥락에서 현실인정 이른바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이었다.

집권 초 국민적 지지율이 높다는 점도 이런 '고백하기' 방식을 가능하게 했다. 야당의 존재감이 약해진다고 할 정도로 문 대통령은 현재 강력한 국민적 뒷받침을 받고 있다. 그런데 더이상 해명을 늦추면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고 봤다. 서두르겠다던 차관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위장전입 사례에 따라 검증을 한층 강화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다만 선거기간 5대 원칙을 강조하다 집권 후엔 각 상황의 내용을 따질 수밖에 없다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를 내세운 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 알 수 없다. 해명이 이대로 충분할지도 미지수다. 야권엔 해명 주체에 대한 불만이 있다. 대통령이 직접 유감을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도 민주당대로 이런 사안을 미리 당에 알리고 의견을 물었어야 하지 않느냐는 아쉬움이 있다. 

청와대는 곤혹스러워 했다. 인수위원회 기간이 있었다면 이런 '현실'을 내각인사 이전에 국민에게 알릴 여지가 있었을 것이라는 인식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앞서 제시한 5대 비리는 병역면탈·부동산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이다. 청와대는 주말 사이 여론과 정치권 동향에 촉각을 세울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수위 과정이 있었다면 5대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설명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며 "기계적일 수 없지만, (청와대) 내부적 기준을 마련하고 국정기획자문위에서도 논의를 해준다면 기준 마련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