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난, 추경 요건 부합" vs "국가재정법, 추경 제한 위해 존재"

[the300][런치리포트-추가경정예산의 요건] ②전문가들 사이에도 엇갈리는 추경 요건 해석

백지수 기자 l 2017.06.16 06:11

청와대와 여당이 내세우는 일자리 추경의 법적 근거는 '국가재정법 89조'다. 이 조항에선 추경을 할 수 있는 요건으로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또는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9.3%로 나타난 청년실업률 등 고용지표가 '대량실업'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반면 야당은 최근 고용지표가 호전되고 있는 상황 등을 근거로 들며 법적 요건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머니투데이 더(the)300은 15일 경제·재정 전문가들에게 일자리 추경 요건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적한 대로 실업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에는 다들 공감했지만 현재의 실업난이 추경이 필요한 수준인지 등 추경 요건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빚' 아닌 남는 세수 사용…고용 증가 모멘텀에 적합"=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경이 요건에 충분히 부합한다는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남는 세금을 적절히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전반적으로 '대량실업'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논란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청년 실업은 심각한 상황이고 5년째 장기 저성장이 고착화돼가고 있다"며 일자리 추경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강 원장은 "수출과 건설 투자 호조로 경제 성장률이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가 늘지 않아 진짜 경기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며 "일자리 창출로 경기 침체 탈출을 위한 모멘텀을 살려 나가려면 추경을 막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백웅기 KDI 수석이코노미스트(상명대 교수)는 "이미 걷어 어차피 써야 할 세금을 어디다 쓰느냐의 문제"라며 일자리 추경을 옹호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추경 반대 근거 논리가 '재정건전성 악화'인데 일자리 추경 재원 자체가 빚을 만드는 국채 발행이 아니라 추경을 반대할 만한 근거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정부 등 이전 정부에서도 추경 논란이 지속돼왔는데 결국 여야 공감대가 형성돼 국회를 통과했다"며 "추경 심사가 고도의 정치행위인 만큼 국회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재정 사이클 고려, 신중해야…"=반면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재정 상황이 좋을 때 세수를 저축해야 재정 위기일 때 추경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재정학자 입장에서 재정 사이클 악화를 생각하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박 원장은 또 추경 요건 근거법인 국가재정법에 대해 "역대 정부에서 추경이 기준 없이 잦았던 이유로 추경을 남발하지 말자고 참여정부 때 기준을 세우기 위해 (추경 요건을) 만들었는데 최근에도 추경이 너무 잦다"며 "이번 추경안도 세부 내용을 보면 일자리 외에도 사업 내용 초점이 번져있어 실업난 해결을 위한 추경이라는 요건에 약간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신인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도 "당장 일자리를 만든다는 취지는 좋아도 공무원 일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내년 잉여분이 올해보다 적다면 결국 재정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여당은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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