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레터]조국이 그날밤 했어야 하는 일

[the300]민정수석의 세가지 역할은 검증·"아니오"·문제해결

김성휘 기자 l 2017.06.18 15:13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조국 민정수석이 16일 오후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이 열리는 청와대 충무실에 들어오고 있다. 2017.06.16. amin2@newsis.com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각종 인사 검증논란에 정치권 가장 핫한 인물로 떠올랐지만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조 수석도 취임 초엔 언론과 접촉했다. 그러나 민정수석이란 자리의 무게가 강조되면서 청와대 내부서 이내 '함구령'을 내렸다. 

그 후 브리핑 등 청와대 담당기자들과 대면은 물론이고 전화통화도 쉽지 않다. 야권이 조 수석을 겨냥, 맹공을 퍼붓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묻는다. 조 수석은 '그날밤' 무얼 했으며 민정수석의 세가지 역할을 알고 있느냐고. 

민정수석의 첫째 역할은 말할 것도 없이 '검증'이다. 대통령은 수많은 자리를 인선해야 한다. 추천은 인사수석이 하지만 현미경을 들이대고 이 사람이 적합한지 따지는 것은 민정의 역할이다. 민정라인에서 검증하지 못하면 속칭 '구멍'이 뚫린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도 민정수석실의 일이다.

두번째는 "아니오"라고 '말하기'다. 인사추천위원회 등 청와대 인사 프로세스에서 민정수석은 늘 아니오라고 말해야 하는 입장이다. 인사수석실의 '추천카드'와 민정수석실의 '반대카드'는 치열하게 부딪치곤 한다. 민정수석이 원래 삐딱한 사람이 아니래도 역할이 그걸 요구한다. 그게 정상이다.

셋째는 상황 수습과 정리다. 민정수석은 인사권자이자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의 판단을 도울 뿐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 없는 일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꼭 권력이 실리는 '왕수석'까지 가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 3단계는 1단계(검증) 2단계(아니오)가 다 뚫렸을 때 필요한 비상조치다. 민정수석의 진짜 능력과 한계가 드러난다.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 인선에서 조 수석은 1단계 검증 관문부터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많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에서 교수와 조교로, 나중엔 교수 선후배로 돈독한 관계였다. 정치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도, 고향이 부산경남이란 사실도 '연결고리'로 꼽힌다. 조 수석이 안 후보자 관련 각종 의혹을 알았다면 온정적 검증이었단 비난을 받는다. 아예 몰랐대도 청와대의 검증기능을 의심하게 한다.

조 수석이 1단계를 어떻게 넘겼는지가 2단계 행보를 결정한다. 안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웠다. 조 수석이 세간의 추측대로 '예스맨'에 그쳤다면 본분을 저버린 것이다.

끝으로 안 후보자의 혼인신고 관련 의혹이 드러난 15일 밤은 안 후보자보단 조 수석에게 운명의 시간이었다. 1, 2단계에서 이미 구멍이 뚫렸다면 3단계 비상조치가 필요했다. 민정수석은 자진사퇴든 지명철회든 선택해서 대통령에 보고하고 관철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그날밤 청와대는 '본인이 해명할테니 기다려보자'는 쪽이었다. 

민정수석실과 인사수석실의 경우 매일 야근을 하며 후보자 추천·검증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덕성 기준도 과거 정부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적은 인력, 미비한 시스템, 높아진 기대치 등 과부하가 걸린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과부하는 과부하고, 인사실패는 실패다.

조 수석은 지금이라도 직접 국민에게 지난 과정을 설명해야 한다. 국회의 출석 요구를 낮추는 데에도 그 편이 좋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대통령의 신임은 변치 않을 것이란 생각은 오판일 수 있다. 문 대통령 스스로 국민을 보고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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