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어머니에게 준 사탕 한알"…'혈맹' 강조한 文대통령(종합)

[the300]방미 첫일정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 "용사들 없었다면 제 삶 시작되지 못했을 것"

워싱턴D.C(미국)=김성휘 기자, 박소연 기자 l 2017.06.29 10:05

콴티코(미 버지니아)=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8일(현지시간) 미국 콴티코 미 해병대국립박물관 앞 공원에 설립된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한 후 묵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항해 도중 12월24일 미군들이 피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사탕을 한 알씩 나눠줬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D.C.에 도착한 뒤 첫 공식행사로 미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예정된 40분을 훌쩍 넘겨 1시간10분여간 이어진 이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겨울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중국군 7개 사단에 포위된 미 해병 1사단이 2주만에 극적인 철수를 성공시킨 전투로, 중국군의 남하를 지연시켜 피란민 9만여명이 흥남부두를 통해 철수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문 대통령은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과 로버트 루니 제독, 토마스 퍼거슨 대령 등 흥남철수 작전 관련인사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기념사를 통해 "67년 전인 1950년,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며 "그들이 한국전쟁에서 치렀던 가장 영웅적인 전투가 장진호 전투"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진호 용사들의 놀라운 투혼 덕분에 10만여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철수 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다"며 "그 때 메러디스 빅토리 호에 오른 피난민 중에 저의 부모님도 계셨다.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개인사를 언급했다.


특히 어머니를 통해 전해들은 미군들의 '사탕 한 알'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며 "그 참혹한 전쟁통에 그 많은 피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준 따뜻한 마음씨가 저는 늘 고마웠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은 그렇게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다. 저의 삶이 그런 것처럼 양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며 동질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로버트 넬러 해병대 사령관은 "대통령님의 가족은 우리 해병, 특히 해병 1사단과 개인적 인연을 맺고 있다"며 "우리 두 나라의 굳건한 동맹 속에 앞으로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대해 함께 극복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넬러 사령관이 기념사 말미에 한국말로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의 기념사 중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고 김정숙 여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양측의 기념사 이후 문 대통령은 기념사 인근에 산사나무를 심는 기념식수를 했다. 양측은 이후 한국말로 '김치'를 외치며 사진촬영을 했다. 한 미측 참석자가 "정말 좋은 날"이라고 언급하자 문 대통령이"'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참전용사들과 사진촬영을 한 후에 "늘 건강하십시오"라고 말하며 악수했다. 흥남철수 작전의 참모장이었던 윌리엄 포니 대령의 손자인 네드 포니씨가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넨 후, 한쪽은 한국 해병대 다른 쪽은 미국 해병대 뱃지를 달고 왔다고 설명하며 자신의 양복에 달고 있던 미국 해병대 뱃지를 떼어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또 흥남철수의 주역들의 가족들을 만나 일일이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알몬드 장군의 손자 퍼거슨 대령에게는 "할아버님 덕분에 제가 여기 설 수 있었다"고 말했으며, 옴스테드 중장 앞에서는 문 대통령이 90도 가까이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옴스테드 중장은 "3일 동안 눈보라가 와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새벽 1시쯤 눈이 그치고 별이 보이기 시작해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그 별을 보고 희망을 찾아 10배가 넘는 중공군을 뚫고나와 흥남철수할 계기를 만들어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한편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첫 행사에 각별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비행기에서 수차례 기념사 원고에 밑줄을 긋고 수정하며 신경을 썼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방미 첫 보훈 행보는 9년 만에 미국을 찾는 한국의 진보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일각의 안보의식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미 간 동질감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문 대통령의 개인사를 스토리텔링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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