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증거' 박지원 측에 먼저 전달…국민의당 "朴 전달 못받아"

[the300](상보)"비서관이 핸드폰 보관…중요하지 않다고 판단 보고 안해"

김태은 정영일 김민중 기자 l 2017.06.29 18:13
'문준용 제보 조작사건'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김관영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7.6.29/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한 '가짜 증거'가 국민캠프 공명선거추진단에 전달되기 전 당시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 측에게 먼저 건네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당은 당시 비서관이 관련 내용을 전달받았지만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 박 전 대표에게는 보고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당측 주장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의 칼날이 대선 당시 당 고위 관계자들을 향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됐다.

29일 국민의당과 검찰 등에 따르면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문준용씨의 파슨스 동료들의 대화로 조작된 카카오톡 채팅방 화면 캡처본을 이유미씨로부터 받은 후 이를 지난달 1일 오후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박 전 대표에게 보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전송 직후 박 전 대표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가 이뤄지진 않았다. 이후 캡처본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박지원 대표님 어떻게하면 좀 더 이슈를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메신저를 보냈다. 

지난달 1일은 '가짜 증거'를 바탕으로 한 기자회견 나흘전이며 이 전 최고위원이 공명선거추진단과 접촉하기 전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김관영 진상조사단장을 만나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박 전 대표로부터 회신이나 별도의 연락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확보한 증거를 박 전 대표에게 보낸 이유에 대해서는 정무적 판단이 좋은 분이라고 생각해 의견을 묻고자 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의 연락이 없자 이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당 관계자의 소개로 이용주 의원을 만나 공명선거추진단에 도움을 구했다. 카카오톡 화면 캡처본과 함께 이씨로부터 추가로 전달받은 녹취 음성파일을 증거로 전달했으며 제보자 신원에 대한 정보도 알렸다. 공명선거추진단은 이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이같은 보고를 받은 지 이틀 후 기자회견을 열고 문씨의 취업 특혜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당은 머니투데이 더300이 관련 취재에 들어가자 이날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지원 대표가 이 전 최고위원의 문자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증거조작사건 진상조사단장은 "이 전 최고위원이 휴대전화 메신저를 보낸 박 전 대표의 핸드폰은 끝자리가 0615"라며 "해당 휴대전화는 대선 기간 박 전 대표의 비서관인 김모씨가 보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비서관은 이 전 최고위원의 메신저가 전해진 1일 오후 선대위 소속으로 경남 산청에서 영상촬영을 했으며 이날 저녁 7시쯤 서울에 복귀했다고 김 단장은 전했다. 김 비서관은 메신저가 온지 2시간이 넘은 시점에서 이를 확인했으며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 박 전 대표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문제의 기자회견 직후인 지난달 5일 오후 보도자료와 음성녹취를 또 다시 박 전 대표에게 보냈다. 

박 전 대표는 이같은 내용이 전달된 것을 최근 증거조작 사건이 이슈가 된 이후에야 알게 됐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은 "이용주 의원은 지난달 5월4일 권 여사 친인척 문제로 사과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고 이 부분이 처음 문제가 된 것이 아니고 하루에도 수차례 논평이 나가고 한 상황이라 본인 선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2~3일 전 당직자로부터 사건 개요를 보고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당시 지원 유세 일정으로 하루에 십여개씩 일정이 잡혀있었다"며 "선거 막판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각종 메시지들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 전 최고위원이 증거를 보낸 것을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가 조작된 증거를 사전에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드러난만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도 박 전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를 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남부지검은 증거 조작 당사자인 이씨를 긴급체포한 데 이어 녹취 음성파일 조작에 가담한 이씨의 남동생, 문씨의 파슨스 동료로 지목된 김모씨 등을 차례로 불러 수사 중이다. 또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출금금지 조치를 내리고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분석 등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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