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백범부터 참배한 文 "2019년 건국 100주년"

[the300]대선주자때도 찾던 묘역..'1948년 건국절' 일축 메시지

김성휘 기자 l 2017.08.15 15:25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선생의 묘역에서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청와대) 2017.8.15/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식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을 가기 전 한 곳을 먼저 들렀다.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 임시정부 요인과 독립운동가들의 묘역이 있는 서울 용산 효창공원이다.

 

이날 오전 8시40분. 효창공원에 짙은 회색 양복, 검은색 넥타이 차림의 문 대통령이 도착했다. 잠시 그친 비는 문 대통령이 도착할 즈음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비를 맞으며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임종석 비서실장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등이 동행한 가운데 김구 선생 묘역을 참배했다.

 

자동차를 내린 곳에서 백범 묘역까지는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정양모 백범김구기념관장의 거동이 다소 불편한 것을 알고 "올라가지 마시고요"라고 배려했다. 문 대통령은 백범 묘역에 이어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의 묘와 안중근 의사 가묘가 있는 삼의사 묘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끝으로 이동녕, 차이석, 조성환 선생 등 임시정부 요인들의 묘역에도 참배했다. 문 대통령을 알아본 시민들이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유독 백범 찾던 文 대통령, 역사인식 드러내 = 백범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역이다. 하지만 정부수립 이후 현대사에서 소외됐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립묘지가 아닌 효창공원에 묘역을 따로 조성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1998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배했을 정도다. 

 

문 대통령은 그런 백범 묘역을 중요한 순간에 꼭 찾곤 했다. 첫 대선에 나섰던 2012년 10월, 민주당 대표이던 2015년 8월, 올해 대선에 도전한 3월 에 빼놓지 않았다. 그때마다 "애국지사를 제대로 대접해야 한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현직 대통령이 광복절에 참배한 것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광복절을 맞아 자신의 역사인식을 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는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못박았다.  동시에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건국절 논란은 다름 아닌 전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비롯됐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1948년 8월15일이 정부수립일이지 건국절이 아니라는 인식을 명확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선생의 묘역에서 참배를 마치고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내용은 ‘선열들이 이룬 광복,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청와대) 2017.8.15/뉴스1

아울러 1919년보다 더 앞선 시기로 국민주권의 뿌리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100년 전인 1917년 7월, 독립운동가 14인이 상해에서 발표한 ‘대동단결 선언’은 국민주권을 독립운동의 이념으로 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주권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한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이 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보수진영도 포용하려는 듯 "근현대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세력으로 나누는 것도 이제 뛰어넘어야 한다"며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 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다"고 말했다.

 

"반토막 임청각, 우리 현실.. 3대까지 대접할 것" = 문 대통령은 한편 "독립운동가들을 더 이상 잊혀진 영웅으로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며 보훈 강화를 약속했다. 경북 안동 '임청각'이란 고택을 언급했다. 신흥무관학교를 세웠고 임시정부 1대 국무령(3대 수반)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다.

 

문 대통령은 "(임청각은) 무려 9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상징하는 공간"이라며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일제는 그 집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았고 임청각은 지금도 반토막이 난 그 모습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독립운동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져야 한다.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다"고 힘줘 말했다.

 

구체적으로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 △독립참전유공자 치료 국가책임 △참전명예수당 인상 등을 제시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보상금을 못받는 독립유공자 자녀·손자녀 중 생활이 어려운 자녀 3564명과 손자녀 8949명에 대해 소득구간별 차등을 둬 매월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유공자 장례의전·묘지안장 등 마지막 예우까지 배려한다. 순직 군인·경찰·소방공무원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군인재해보상법, 공무원재해보상법 등 법률제정을 추진한다.

 

박수현 대변인은 "대통령이 외국 나가실 때마다 각종 행사의 제일 앞줄에 유공자나 애국자들이 훈장 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독립유공자, 참전용사 등 애국하신 많은 분들 있는데 그 분들을 위한 보훈을 강화해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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