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권리는 있는데, 놀 기회는?

[the300]워킹맘 좌충우돌(5) 평등한 놀이 보장이 필요한 시점

이윤진 사회복지학 박사(육아정책연구소) l 2017.08.17 08:10
방학을 맞아 키즈 뮤지컬 공연이 한창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뮤지컬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신세계를 새삼 경험했다. 경우에 따라 두 번 이상을 본 뮤지컬도 존재한다. 무의식적으로 아이 옆에 앉아 박수를 쳐가며 무대에 호응하는 내 모습이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자리값을 생각하면 열심히 호응하고 즐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곧 사로잡히게 된다.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네 개의 자리를 차지하였기 때문이다. 

방학 맞이 50% 할인 티켓을 손에 거머쥐었다고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에스(S)' 석에 앉아서 여유롭게 공연을 보려면 4인 가족 합 1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은 할인에도 불구하고 너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동 뮤지컬 한 달에 두 번 보는 값이 월급의 얼마 정도를 차지하는 지 계산하는 내 모습을.

방학을 맞은 많은 아이들은 주말에 부모 손을 잡고 키즈카페로 향한다. 꽤 적지 않은 돈인 ‘입장료’ 를 부담하고. 개인적으로 키즈카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애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에 몇몇 키즈카페를 방문하면서 키즈카페도 입장료와 위치, 시설에 따라 매우 다양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반복되는 이러한 경험은 현재의 육아지원 정책, 특히 보육정책의 대부분이 무상보육과 보육기관 공공성 확보에만 지나치게 치중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번쯤 되돌아보게 만든다. 모든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보육정책과 그 환경 조성을 위해 우리가 해 나갈 일이 산적해있음에도 말이다. 

물론,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되어야 그 후 놀기도 하고, 문화도 누리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을 보육하고 교육하는 목적이 궁극적으로 무엇이었단 말인가? 부모의 일자리 공백을 메우기 위한 국가책임보육만이 ‘아이들을 위한’ 본연의 목적은 아닐 테다. 국가책임보육이라 함은, 부모는 양육비용 걱정 없이, 돌봄 공백 걱정 없이 마음껏 일하고, 본인의 삶을 되찾으며 아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클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닐까.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크려면 우선 잘 놀아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으로서, 요즘의 이러한 ‘놀 권리의 기회와 평등’ 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참으로 절망스럽다.

우리나라는 제 3차 저출산 기본계획의 2017년 시행계획에서 기본 계획으로 아동의 ‘놀 권리 보장’ 을 제시하였다. 2015년 ‘아동 놀 권리 헌장’ 이 제정 된 이후 가시적인 성과다. 아동의 성장기 발달에 ‘놀 권리’ 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인지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동에게 공평한 놀이 기회 제공은 아직 요원한 것 같다.

단순히 사교육을 하지 말고 마음껏 놀게 해주자는 의미까지 확장하기 전에 사회격차 해소방안의 하나로 ‘놀이 기회의 공공화’ 부터 필요하다. 이는 결국 지역사회 격차 문제를 해소하고 모든 아동의 건강하고 행복한 발달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놀이의 평등한 출발선 보장과 지원이 보육 국가 책임과 함께 사회통합의 전 단계로 기능할 때 그 사회의 건전한 발달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매번 텅 비어있는 대도시 고급 아파트의 잘 정비된 놀이터를 보며, 그리고 주말에 고가의 돈을 내고 키즈카페에 온 아이들을 보며 문득문득 드는 생각이다. (본 의견은 소속기관의 의견과 무관한 필자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이윤진 박사/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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