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묻고 정부가 답한 '대국민보고'…소통 속 민감한 현안 빠져

[the300]'토크쇼' 형식의 파격 소통…文대통령 "집단지성, 국정 성공하는 길"

김민우 기자 l 2017.08.20 21:59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기념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를 마친 후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2017.08.20.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국민이 제안하고 정부와 청와대가 응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맞아 '대국민보고대회'를 20일 열었다. 그동안의 국정운영의 성과를 알리고 국민들로부터 제안받은 정책을 소개하는 '소통의 자리'였다. 

대통령이 국민들과 직접 대화를 하는 '토크쇼'형식은 신선했지만 질문자와 답변자가 정해진 가운데 '살충제 계란' '신고리원전 중단' 등 민감한 사안은 다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날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한시간동안 청와대 영빈관 2층에서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과 배성재 S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인디밴드 '데이브레이크'의 축하공연으로 시작됐다.

데이브레이크는 이자리에 참석한 청와대 수석 비서관과 정부부처 장관 22명, 국민인수위원 280명 앞에서 '꽃길만 걷게 해줄게'를 연주, 열창했다.

고 부대변인은 "그동안 여러분이(국민들이) 문재인정부에게 꽃길을 만들어주셨다면 이제는 국민여러분 앞에 (문재인정부가) 꽃길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리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국민과 장관, 수석들은 손을 흔들기도 하고 박수도 치며 이날 행사를 만끽했다.

축하공연이 끝난 뒤 국민정책 제안 플랫폼 '광화문 1번가'를 통해 정책을 제안했던 국민인수위원들의 질문 순서가 이어졌다. 취임 이후 운영한 '광화문1번가'에 제안된 15만8432건의 제안 가운데 대표적인 분야를 선별해 이날 직접 답변을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국민인수위원들은 △장애인에게 평등한 사회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법제화 △자살예방대책 △ 범죄/실종 사건 등의 처리를 위한 원스탑 프로세스구축 △음원시장 수익배분 개선방안 △엑티브엑스 폐지 등에 대한 질문과 정책제안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에 자살예방 전담부서 설치를 약속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해외안전지킴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답하는 등 국민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광화문 1번가에 가장 많이 제안된 정책은 문 대통령이 직접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에 "국민세금을 일자리 만들기에 쓰는 것은 세금을 가장 보람있게 쓰는 것"이라며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 낳고 싶은 나라에 살게 해달라'는 제안에 대해서는 "저출산문제는 주 52시간 근무-연차소진이 근본적 해법"이라며 "일하는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유를 가질수 있도록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정부는 국민들의 집단지성과 함께 나가는 것이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국민들과 소통 노력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제안에 대해 청와대 수석, 각 부처 장관, 대통령이 직접 답변하는 토크쇼 형식은 과거 정부에서 찾아보기 신선한 시도였다. 국민들과 '소통'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들 입장에서 새로운 형식으로 소통을 해서 (정치와)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해법을 보여줄 수 있다는 희망을 갖지 않았나 싶다"고 평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리 질문을 선별하면서 진정한 소통보다는 '보여주기'에 무게가 실린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친구가 라오스에서 90일째 실종됐다'는 국민인수위원의 질문에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웃으며 답하는 모습을 보여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또 '살충제 계란파동' '탈원전 정책' 등과 같이 민감하거나 첨예한 사안들은 미리 걸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측은 이에 대해 "광화문 1번가 활동시기에 받은 정책제안들과 관련된 행사여서 현재 현안들을 다루지 못한 측면은 있다"고 해명했다. 광화문 1번가 운영기간은 5월 24일부터 7월 12일까지 였다. 그 이후의 이슈들은 반영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쇼통의 끝을 봤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은 시시각각 엄중해지고 있고 일선 장병들은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에 한창이며 K9 자주포 순국장병들의 영결식이 당장 내일인 이 밤에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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