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봄은 온다…'비핵화'·'남북관계 개선', 선후관계 아냐"

[the300](종합2보)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서 대북정책 기조 재확인…통일부에 힘 실어줘

박소연 최경민 기자 l 2017.08.23 20:10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외교부와 통일부의 업무 보고를 받기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외교부·통일부가 '베를린 구상' 기조로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복원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를 '엄동설한'으로 표현하면서도 다가올 '봄'에 대비한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준비를 당부했다. 또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노력' 양날개를 강조하며 통일부에 상대적으로 힘을 실었다. 대북정책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했다. 다만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하며 우리 대화제의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통일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23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외교·통일부 업무보고를 주재했다. 강경화 외교장관, 조명균 통일장관을 비롯한 양 부처 간부 및 직원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등 여당 인사들이 참석했다.

메시지는 북한과의 대화와 평화를 골자로 하는 '베를린 구상'의 연장선에 있었다. 문 대통령은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온다. 봄이 왔을 때 씨를 잘 뿌릴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해주기 바란다"며 "한반도 평화는 우리가 지킨다는 자세로 철저한 주인 의식과 국익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보수정권에서 기를 펴지 못한 통일부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문 대통령은 "통일부는 남북관계를 다루는 주무부처로, 주도적이고 능동적 역할을 기대한다"며 "지난 10년 간 통일부 폐지 움직임도 있었고, 주요 정책 결정에 통일부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남북경제구상을 실현하는데 통일부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강조했다.

통일부에는 특히 '한반도 신경제구상'에 역점을 두라고 주문했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문 대통령의 지론으로 남북대화 및 중국·일본·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동북아에서의 물류와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비전이다. 문 대통령은 "이 구상이 실현되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정책과 직접민주주의적 요소의 결합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대북정책도 국민의 참여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와 전문가 중심으로 국민의 참여 공간을 넓히고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국민이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에 있는 발언이다. 80%에 달하는 국정 지지도를 바탕으로 대북정책 방향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강경화 장관은 '북핵 억제'와 '비핵화 대화'라는 투트랙 원칙을 재확인했다. 강 장관은 "한미 간 북핵·북한 문제 관련 모든 사안에 대해 물샐틈 없는 공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 핵·미사일 도발 억제와 비핵화 대화 복귀 견인을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전기 마련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명균 장관은 남북 군사당국 회담 및 남북적십자회담 등 남북 간 현안 해결을 위한 대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조 장관은 "대통령께서 발표한 '베를린 구상' 기조 아래 남북간 대화채널을 복원하고 남북교류 활성화를 토대로 남북관계 재정립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보고했다. 대북제재 공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 등 스포츠 교류와 종교·학술·문화 교류, 재해 공동대응 등 민간·지자체 교류협력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주문한 '국민' 중심 정책구현 방안에 대한 의견 교류도 있었다. 외교부는 국민외교 추진 기구인 '국민외교센터'를 설립하는 등 국민참여 플랫폼을 개편·강화하고 공공외교 종합시행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평화통일 관련 국내외 소통·교감 프로그램 운영 △지속가능한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위한 '통일국민협약' 체결 △남북합의 제도화 △통일정책 결정과 추진 과정에 지자체와 민간 참여 제도화 등을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외교부와 통일부의 업무 보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를 방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뉴스1

문 대통령은 특히 이날 통일부와 외교부의 긴밀한 공조와 협업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이날 핵심정책토의 후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는 비핵화 노력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선후 또는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며 선순환 구도 속에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이를 위해 외교부와 통일부간 협업체제를 강화할 것을 당부하셨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서 언급된 통일정책과 관련, 북한이 핵·미사일 무기로 실제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남북회담 제안에 북한이 아직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저희가 다양한 방식으로 계기가 있을 때마다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고 있으며 인내심을 갖고 대화재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천 차관은 올해 하반기까지 대북대화 재개 등 구체적 결과물을 낼 수 있겠느냐는 지적엔 "오늘 정책토의는 올해 하반기까지가 추진 목표지만 남북관계의 상황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며 "막연한 지향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통일국민협약'과 관련해선 "대북·통일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단절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좀 더 지속가능한 대북·통일정책을 추진하자는 취지"라면서도 "특정한 목표시점은 못 정했다"고 했다.

이날 한중 갈등 해소방안에 관한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오늘 핵심주제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이기 때문에 양자관계에 대해 깊은 논의를 하진 않았다"며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는 데 공감하고, 한중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해 중국의 역할을 더 이끌어낼 방안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최근 미측에서 북핵문제에 있어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해나가겠다는 강력하고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한미간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을 지속하며 대화의 기회를 모색해나가는 공조를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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