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사회가 함께하는 육아

[the300][워킹맘 좌충우돌](6)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이윤진 사회복지학 박사(육아정책연구소) l 2017.09.05 13:26
30대 엄마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보다보면 마음이 매우 불편해진다. 책 안의 지영씨 모습에 몇 년 전 아등바등 아기를 키우던 내 모습이 투영되는 건 둘째 문제였다. 지영씨를 상담해주는 정신과 의사가 ‘본인의 환자로서는 괜찮지만, 본인의 직원으로서는 임신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을 절대 채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되는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그 불편함은 최고조를 달리게 된다. 굳이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이 책을 복잡하게 해석하려 들지 않더라도 현 사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투영됨을 그냥 ‘느낌 그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사의 마지막 멘트에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육아하는 여성’ 에 대한 보편적인 시각이 모두 담겨 있다. 일–가정양립이 결코 쉽지 않은 사회에서 전투적으로밖에 일 할 수 없는 여성,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키우는 주 책임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 아이 돌봄에 있어서는 엄마인 너 만이 적격자라며 내 몰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커녕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또한 사회로부터 외면당하여 결국은 경쟁에서 낙오하기 십상인 여성의 모습.

육아 이외의 또 다른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여성은 인간 그 자체로서 존중받아야 함과 동시에 여성만이 육아와 사회생활 양자를 불안하게 두 손에 쥔 채 생활하여야 할 의무는 없다. 한 가정의 자녀이되, 사회적 자원이기도 한 소중한 생명은 우리 모두가 함께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로 기존의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이 변화하면서 예전보다는 이와 같은 인식이 많이 확산 되었으나 현실적으로 아직도 여성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육아하는 여성’ 이라는 이유만으로 겪는 각종 불편함과 불합리함을 생각해볼 때 전업맘과 취업맘이라는 양분화된 프레임을 설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정책의 효과성과 효율성 증진을 위해 이 같은 구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찬성한다.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편에 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육아에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 그리고 남성과 여성이 모두 ‘함께’ 하는 육아문화 조성이 전제될 때 양자를 구분 짓는 정책도 효과적일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선결조건이 뒤따른다. 가정에서는 엄마와 아빠, 나아가 온 사회가 ‘함께 하는’ 육아라는 인식의 전환이 실천에 이르기는 쉽지 않겠지만, 제도적인 틀로 지속적으로 이를 지원할 때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가 아이를 키우는 주체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공고해지게 될 것이다.

육아의 의무는 엄마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육아의 대상자인 아이에게는 아빠도 존재하며 아이가 자라나는 사회라는 공간이 있다. 2016년 기준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이 8.5% (통계청, 2017) 인 것은 육아의 주체는 여전히 여성이라는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2007년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1.5%였던 것에 비하면 사회적 인식도 그만큼 변한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 해소, 육아휴직급여 수준 상향 역시 현실적으로 시급한 과제이지만 공공장소의 기저귀 교환대 칸과 수유공간이 늘어날 때, 그리고 이 곳에 남성과 여성이 모두 당당하게 출입하며 사회 구성원이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 우리 사회에서 '김지영씨'는 구시대의 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육아정책연구소 아동패널연구팀 이윤진
(본 글은 기관의 입장과는 무관한 필자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이윤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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