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레터]한국당의 '쇼통'과 '쇼잉' 그리고 '쇼당'

[the300]한국당, 닷새째 국회 보이콧 해도 티가 안나는 이유

김민우 기자 l 2017.09.08 18:10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보이스 오브 자유한국 릴레이 발언대'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사라졌다. 김장겸 MBC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현 정부의 '언론장악시도'라고 규정하며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면서다. 닷새째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회 내 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 속에서도 사라져버려 한국당의 고심이 깊다.

첫 스텝부터 꼬였다. "문재인정부의 방송장악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수단인 장외투쟁을 선언했지만 북한이 미사일 수소탄 실험을 단행하면서 '안보정당'을 표방하는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동력이 상실됐다. 결국 한국당은 외교·안보 상임위는 가동하겠다며 일부 백기를 들었다.

다당제 체제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과거 양당제 체제에서는 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지 않는한 야당이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면 국회가 멈춰섰지만 양당제 체제하에서는 달랐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제2·제3 야당이 정기국회 참여를 선언하면서 원내 107석 제1야당의 존재감은 무력화 됐다.

한국당은 국회 보이콧의 동력을 살려보고자 안간힘을 쓰고있다. 한국당은 보이콧 첫날 대검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방문하고 이틑날에는 청와대와 서울고용노동청을 항의방문했다. 방송장악 저지 토론회도 주최하고 방송장악 저지 릴레이 시위발언대도 기획하면서 '튀는' 투쟁을 이어갔다.

한국당은 오는 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대국민보고대회를 본 따 삼성동 코엑스 광장에서 '대국민보고대회'를 개최, 총력투쟁을 이어간다. '쇼잉'(Showing·보여주기)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여론에 자신들의 주장을 호소하기 위해 택한 전략인 셈이다. 

문제는 한국당의 쇼잉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다.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총력투쟁을 결의하기위해 항의방문 전후에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터져나온 의원들의 반응은 이랬다. "매일 이렇게 다니면 뭐하나. 아무도 관심도 없고 언론에서도 실어주지도 않는데..."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행보를 '쇼통'(Show+대통령)이라며 늘상 비난해왔다. 문 대통령의 SNS를 통한 '소통'방식도 '취임100일 토크쇼' 등도 진정한 소통을 위한 노력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쇼통'이라 비난하던 한국당이 '쇼잉'에 나섰다가 정작 '쇼당'(商談·거래)을 해야할 판이다. 한국당은 다음주 중으로 장외투쟁을 철회하고 국회로 복귀하는 '출구전략'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복귀에 앞서 한국당은 왜 문 대통령의 '쇼통'행보는 성공하고 한국당의 '쇼잉'은 성공하고 있지 못한 것인지 고민해봐야한다. 여론에 호소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일까. 한국당이 여론에 호소하는 내용이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어찌됐든 한국당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야 제1야당으로서의 무게감도 찾고 균형과 견제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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