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회 부적격 의견' 박성진 놓고 장고들어가

[the300]국민여론부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변수 등까지 면밀히 볼듯

최경민 기자 l 2017.09.13 17:19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2017.09.11. 20hwa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국회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으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한 가운데 청와대는 장고에 들어갔다. 임명강행 혹은 자진사퇴를 속전속결로 처리하기 보다 여론의 동향,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변수까지 면밀하게 지켜본 후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기류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성진 후보자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일단 국회에서 채택한 보고서가 청와대로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채택된 보고서가 대통령에게 보고되기 전까지 청와대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국회 측이 "청문보고서 채택 이튿날 송부해온 통상 관례에 따라 내일 (박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송부할 예정"이라고 한 것을 미뤄볼 때, 당장 박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확정하기 보다 하루정도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후보자를 둘러싼 청와대의 '장고' 기류는 이전부터 관측됐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해 "개인 성향의 문제 외에 정책 역량을 충분하게 검증할 기회가 되지 못했다"는 수준의 평가만 내렸다. 

'창조과학 및 신앙' 외에 정책검증이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을 피력한 것이지만, 과거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의 인사청문회가 끝난 직후 "의혹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며 임명강행을 곧바로 시사했던 것과는 온도차이가 분명하다. 

"지구 나이 6000년을 신앙적으로 믿고 있다"는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 발언 등이 여권 지지층에서도 지지받지 못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섣불리 임명강행을 시사하기 보다 여론 동향을 지켜볼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청와대의 이같은 '미지근한' 반응에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줄곧 이같은 '설'을 부인해왔다.

청와대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까지 포괄하는 변수를 박 후보자의 거취와 연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 후보자의 국회표결 통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박 후보자까지 사퇴를 한다면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까지 포함해 3명 연속 '낙마'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인 박 후보자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상황에 따라 청와대가 부적격 인사청문보고서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국회의 '부적격'에도 불구하고 장관 임명을 강행한 사례 역시 충분하다. 지난 정권만 해도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부적격' 의견을 받았지만 장관직에 임명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후보자 개인이 가진 성향의 문제와 관련해 더 특별히 나온 게 없지 않냐는 기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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