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전자담배 세금인상

[the300]종합

정진우 김평화 안재용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 2017.09.19 09:42
[단독]아이코스 세금인상 재추진, 세수 5000억 손실 막는다

27일 서울 아이코스(IQOS) 광화문점에서 권련형 전자담배 제품이 진열돼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볍률안'을 논의한다. 지난 22일 기재위 조세소위원회는아이코스, 글로(GLO)등 권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1갑(20개비)당 126원에서 594원으로 인상하는데 합의했다. 2017.8.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가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하는 세금 인상을 다시 추진한다. 현재 일반 담배처럼 한갑당 594원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한 가운데, 100~200원 낮춘 절충안이 나올 지 주목된다.

18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는 오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개별소비세 개정안’ 의결을 추진한다.


기재위 핵심 관계자는 “지난번 소위에서 결정된 안을 이번 전체회의에서 의결하고 다음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8일 본회의 통과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인상안은 지난달 22일 기재위 조세조정소위원회(조세소위)를 통과한 것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20개비당 594원 △비궐련형 1g당 51원 과세 등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아이코스 기준 궐련형 담배 한갑 당 개별소비세는 126원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담배 1갑당 4300원인 아이코스 히츠(담배스틱) 가격은 5000~6000원선으로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이 반대할 경우 절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세금을 갑자기 올릴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8일 기재위 전체회의때도 소위를 통과한 인상안이 같은 이유로 의결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기재위 의원들의 요구로 해외 사례 등을 파악해 이번 전체회의에서 보고할 예정이다.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발이 거셀 경우 일본 등 선진국 사례를 참조해 일반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의 60~80%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절충안(한갑당 350~480원 부과)이 나올 나올 수도 있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들은 기재위원들을 개별 접촉하며, 인상안 의결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림 의원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점유율이 1% 포인트만 상승해도 세금 손실이 연간 500억~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그만큼 국내 일반담배 판매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현재 1~2%%대 수준인 아이코스의 시장 점유율이 9~10%를 기록하면 연간 약 5000억원의 세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담배로 거둬들인 세금은 12조3761억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에서 전자담배 세금 논의가 지체될수록 필립모립스 등 외국계 회사만 이익을 보고, 국내 세수는 줄어든다”며 “이번 전체회의때 반드시 의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국내 담배업계엔 '아이코스'와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이 6000원까지 오를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시중에선 일시적인 전자담배 사재기 현상까지 일어났다. 지난달 22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소속 의원들이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 수준으로 올리는 개소세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다.

 

당시 회의에서 여야 위원들은 이미 출시된 전자담배 과세공백을 곧바로 없애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다만 얼마나 세금을 올려야할지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위원들은 '찐 담배' 형태인 궐련형 전자담배를 다소 생소하게 느꼈다. 출시일과 경고그림 부착 여부를 모르는 위원도 있었다. 비흡연 위원들의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과세공백'을 없앤다는 데 여야 위원들이 뜻을 모았다.  조세소위에서 개소세 개정안이 통과됐다. 같은달 28일 열릴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보다 높았던 기재위 문턱 =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은 개소세(갑당 126원)를 일반 담배 수준인 594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담배 인상을) 늦추면 늦출수록 과세 공백이 늘어난다"며 "결과적으로 특정사에 이윤을 더 제공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해도를 따져봐야겠지만 일반 담배의 경우 유해도에 따라 과세를 달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세소위가 합의한 개정안에 동의했다.

 

하지만 일부 야당 위원들 사이에서 '신중론'이 등장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는데 세금 인상 논의도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과세공백을 메운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관점"이라고 평가했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소비지가격 등 이런저런 논란이 있으니 재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한국당 소속 조경태 기재위원장이 나섰다. 사회를 보던 조 위원장은 "정부는 건강에 나쁜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적극 알아봐 달라"고 말하는 등 회의에 적극 개입했다. 결국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개정안 처리를 보류했다. 상임위원장이 법안 의결을 거부하면 본회의 직권상정 외에는 법안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

 

◇니코틴·타르 함유량 상관없이 담뱃값 같은데 = 일부 기재위원들은 일단 전자담배 유해성 결과가 나와야 전자담배 과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식약처가 전자담배 성분 분석 검사에 나선 상태다. 결과가 나오기까진 1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업계에선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증기가 일반 담배의 연기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찐 담배'가 '태우는 담배'보다 몸에 덜 해롭기 때문에 국민 건강 증진 측면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정부는 유해성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전자담배의 제품형태와 흡연방법, 배출성분 등이 궐련과 유사하기에 궐련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WTO(세계보건기구)가 2003년 채택한 국제협약 FCTC(담배규제기본협약)에 따르면 담배 속 유해성분의 함량이 적다고 해서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해악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니코틴 함량 0.1㎎ 담배와 6.0㎎ 담배의 가격이 같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재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아이코스)의 가격차는 200원에 불과하다. 다만 일반담배는 4500원(1갑=20개비 기준) 중 3323.4원이 세금, 아이코스는 교체형 담배가격 4300원 중 1739.6원만 세금이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담배업체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전자담배 세금부과 해외사례는? 더 아리송한 이유 = 해외사례들을 살펴보면 전자담배가 출시된 국가(25개국)의 전자담배 세율은 천차만별이다. 박광온 의원실에 따르면 그리스는 일반담배 대비 91.5%에 달하는 세금을 아이코스에 부과한다. 포르투갈(83.1%), 일본(82.4%) 등도 전자담배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다.

 

반면 카자흐스탄·이스라엘·남아프리카공화국은 전자담배에 담뱃세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법에는 찐 담배가 연소담배보다 위해도가 낮기 때문에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국가의 저율과세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직 전자담배 출시 초기라서 해외에서도 명확한 과세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별로 세율은 제각각이지만 아이코스 가격은 모두 일반 담배보다 같거나 조금 더 싼 수준에서 책정됐다. 궐련 대비 아이코스 세금 비중이 68.4%인 러시아도 일반 궐련보다 아이코스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세금을 올려도 판매가격이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코스와 글로 등 연초고형물을 사용하는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다. 1그램당 51원(1갑당 306원)을 부과하는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안(‘박남춘 안’)과 기존 담배와 같은 1갑(20개비)당 594원을 부과하자는 김광림 자유한국당·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안(‘김광림 안’)이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박남춘 의원은 지난해 11월28일 연초고형물 1그램당 51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소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연초고형물을 사용하는 전자담배가 유통되고 있지만 과세 규정이 없어 형평성 문제가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전자담배의 경우 지금은 파이프 담배에 대한 세율을 적용해 1그램당 21원의 개소세(1갑당 126원)를 납부하고 있다.

 

지난 2월10일과 6월16일엔 박인숙 의원과 김 의원이 각각 1갑당 594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광림 안’에는 캡슐 등 국내에 수입되고 있지 않은 기타유형의 전자담배에 대해 1그램당 99원을 부과하는 내용도 추가로 담았다.

 

‘박남춘 안’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아이코스 1갑당 306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1그램당 51원에 아이코스 1갑의 무게 6그램을 곱한 수치다. ‘김광림 안’에 비하면 288원이 낮다. 개정안별로 과세율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세금 부가기준을 다르게 했기 때문이다. ‘박남춘 안’에선 중량(1그램)을 기준으로 개소세를 부과했다. 1그램당 과세액은 현재 부과되고 있는 일반 연초 1갑당 개소세 594원을 1갑당 평균 중량인 11.5그램으로 나눈 것으로 결정했다.

 

‘김광림 안’은 포장단위(1갑)을 기준으로 과세액을 정했다. 판매·소비과정에서 일반 궐련과 차이가 없다고 보고 과세액을 산정한 것이다. 전자담배에 대한 보편적 과세 기준을 도입한다는 측면에서는 ‘박남춘 안’이 타당하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고체형 전자담배는 캡슐 등 궐련 외의 형태로도 출시가 가능하므로 중량을 기준으로 법안을 개정하면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조세공백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담배 형태별 형평성 논란도 피해갈 수 있다.

 

또 지방세법과 국민건강증진법상 지방세, 건강증진부담금과의 비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현재 건강부담금과 개소세는 담배소비세 대비 각각 83%, 58% 수준이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일반 담배와 포장, 판매, 소비 방식이 유사하고 일반 담배도 니코틴과 타르 성분함량에 따라 과세액에 차이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1갑당 594원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중량을 기준으로 과세하다 보면 현재 담배에 대한 과세체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만큼 경고그림 등을 통해 비가격규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현재 전자담배는 혐오 경고그림이 부착되는 일반담배와 달리 주사기 그림과 '중독위험'이라는 문구만 넣으면 된다.

 

이와 별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초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조사에 착수했다. 빠르면 올해 말 조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사들이 해당 제품의 유해물질이 일반담배에 비해 90% 이상 적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식약처 조사가 끝나면 이에 따른 규제수준 논란도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