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국회 상임위원장 사용설명서-유재중 행정안전위원장

[the300]종합

백지수 김태은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 2017.10.11 09:13
'8전8승'의 3선 의원…지자체 경험 풍부한 중재자



'8전 8승'. 시의원 3번과 구청장 2번, 국회의원 3번 모두 승리.

 

유재중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의 선거 기록이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중앙 정치에 나서기 전까지 지방자치단체 살림을 꾸렸다. 그가 시민의 치안과 안전, 지방 행정과 지방 재정 등의 문제를 살피는 행안위의 수장이 된 것도 이같은 경력이 뒷받침됐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그는 다른 당 내 의원에 비해 비교적 소속 정당에 얽매이지 않는 시각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같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문제들을 중재해낼 수 있던 이유다.

 

여야가 해석에 의견이 분분한 과거 정부 '적폐' 청산에 대해서도 유 위원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 300)에 "과거 잘못된 것이 있었다면 고치고 정부가 반성해야 할 것은 반성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적폐 청산 주장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고 날을 세우는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목소리와 결이 약간 다르다.

 

그렇다고 그가 여당 편을 드는 것도 아니다. 그는 "여당의 적폐 청산 활동이 국가 정책의 개선이 아니라 너무 사적 보복으로 비춰지면 저항이 있을 것"이라며 "국민과 민심이 다 심판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당제 국회의 야당 소속 상임위원장으로서 "여당으로 있을 때 야당 의원들이 강력히 주장하는 것을 왜 귀담아듣지 못했을까 하는 반성을 최근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당이든 국민 편에서 소신을 갖고 평가해야 하는데 자기 편의에 따라 움직이면 안 된다"며 "잘못된 것은 여당으로서도 정부에 질타해 줘야 나중에 더 좋다"고도 말했다.

 

그는 과거 보수 정권을 '적폐'로 규정한 여당과 현 정부를 '신(新)적폐'로 규정한 야당의 대립이 예고된 이번 국정감사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국감이 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가 다소 중립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던 것은 국회의원 첫 출마 때 ‘무소속’이었던 것과 무관치 않다. 그는 제5대 부산시의회 의원을 하다가 처음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18대 총선에서 무소속 친박연대 소속으로 당선됐다.

 

이 때문에 한 때는 친박계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골수 친박이 아니었기에 이후 19·20대 총선에서 당 내 경선을 치러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친박들과 동류로 엮이며 압승을 거두긴 했지만 이후에는 '친박'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타깃이 된 이명박 정부 인사에게 '당한' 기억도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과 경쟁했던 19대 총선 당시의 일이다. 그는 총선 과정에서 당 내 경선을 치르는 대신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 전 사무총장으로부터 정치 공세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치 공방이 오가는 과정에서 유 위원장은 재판을 받기도 했다.

 

공세를 이겨내고도 당선된 유 위원장은 이 때문에 "잘 보일 사람은 오로지 유권자"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무죄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자신이 소속된 자유한국당이 유권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면 유리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장은 "지금으로서는 자유한국당이 어렵지만 유권자들이 실망하지 않는 후보를 내면 야당이 불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직접 출마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제 자신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유재중, "국세·지방세 비율 6.5대3.5 돼야"


유재중 국회 안전행정위원장 /사진=이동훈 기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는 여야 협치가 비교적 잘 이뤄지는 '모범 상임위원회'로 분류된다. 행안위를 이끌고 있는 유재중 행정안전위원장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나 '백남기 농민 사태' 등 때는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기도 했지만 국민 안전과 지방분권 등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어서 큰 난제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 중에서도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국세·지방세 비중 조정을 행안위가 처리해야 할 핵심 과제로 꼽았다. 현재 8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에서 지방세 부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행안위의 오랜 숙제다. 유 위원장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방 분권을 부르짖고 있는데 무엇보다 재정적인 분권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세와 지방세의 적정 비중에 대해서는 "6.5대 3.5 정도는 돼야 한다"면서 "중앙정부가 양보하면 지방재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수영구청장을 역임한 바 있는 유 위원장은 “광안리 해수욕장에 모래가 쓸려나가고 연안이 침식돼도 국비로는 충당이 안 돼 연안정비사업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경험을 토대로 지방재정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리과정이나 아동수당 등 복지 정책을 시행해도 수도권같은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는 마음껏 복지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지자체에서는 대우를 못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김부겸 장관의 의지가 있다해도 세수 문제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행안위의 뜨거운 현안이었던 투표권 연령 인하 문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만 19세 이상인 투표권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 합의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유 위원장은 투표권 연령 인하에 대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고3 학생들이 투표하게 되면 학교 생활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외국은 만 18세에 투표를 한다 해도 졸업하고 하는 것이라 상황이 다르다"면서 "우리나라도 학제개편이나 학교 입학 연령을 만 7세로 낮추는 등의 조치와 함께 만 18세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전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소년법 개정도 유 위원장의 주요 관심사다. 유 위원장은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부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조경태·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과 함께 부산경찰청을 방문, 긴급 업무보고를 받는 등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또 행안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합심해 소년법 개정을 다루는 법제사법위원회에 소년법 개정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유 위원장은 "청소년 폭력이 점점 성인 폭력 못지않게 조직화되고 성인 범죄를 닮아가고 있다"며 "범죄유형에 따라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지적했다.

 

소년법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 연령을 낮추는 방안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 모두 살펴봐야 한다"면서 "재범일 경우 처벌을 높인다든지 유형을 잘 구별해 법 개정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행안위원장 임기를 마친 후에는 보건복지위로 돌아가 연금과 복지 분야에 대한 정책을 다듬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후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재선 국회의원 때에도 복지위 간사를 맡아 기초연금 등 박근혜 정부 당시 주요 법안 처리에 앞장섰다. 유 위원장은 "처음 복지위에 들어갔을 때는 아무도 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밀려갔는데 8년을 하면서 정이 들었다"면서 "복지위가 정말 중요한 상임위"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부산시장 출마나 차기 원내대표 후보에도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그는 "더 욕심내고 무모하게 하면 스스로가 힘들어진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유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점점 복지 정책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국회가 제대로 된 복지 관련 법안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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