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과주의' 역행한 임원연봉.. 절반이 '고정급'

[the300][2013~2016년 임원연봉 분석]①임원 연봉 46% 기업성과와 '거꾸로'…"지나친 간섭은 지양해야"

안재용 정진우 기자 l 2017.10.17 04:45
"말이 성과연봉이지, 성과와 상관없는 급여체계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의 '2013년~2016년 임원 개별보수 공시' 자료를 분석한 후 내린 총평이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임원의 연봉이 기업 실적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전체 임원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385명 사내이사 중 46%(177명)의 임원 연봉이 회사 성과와 반대방향으로 연동됐다. 기업 성과와 임원 연봉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경우는 45%(175명)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인 경우보다 소폭 낮았다. 9%(33명)는 기업성과와 임원연봉이 큰 관계가 없었다.


이는 연봉에 성과가 연동되지 않고, 급여 항목으로 가져가는 게 많아서다. 연간 5억원 이상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들도 내역을 보면 고정급 성격이 강한 급여 항목 비중이 전체 보수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면 성과에 직접 연동된 성과급 비중은 약 5% 미만에 불과했다. 실제 조석래 효성 회장은 지난해 전체 보수 46억원 중 고정급인 급여로만 30억원을 받았다. 2014년 89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해임 권고조치를 받은 상황이라 논란이 됐다.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은 지난해 5억6200만원의 보수 중 4억7600만원을 급여로 받았고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도 보수 5억1000만원 중 3억9000만원을 급여로 받았다. 

기업 성과가 악화된 회사의 임원 보수가 증가한 경우도 30%를 넘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증권이 매각되기 전인 2014년 8억5000만원의 보수 중 절반을 급여항목으로 받았다. 급여와 동일한 금액을 업무수당 명목으로 지급받았으나 그 성격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며, 2013년 현대증권 영업이익이 561억원 적자이던 상황이라 논란이 일었다. 이수영 OCI 회장도 지난 2014년 급여 명목으로만 10억5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채 의원은 "매년 개별보수를 신규 공시하는 지배주주 일가 보수의 항목을 살펴보면 퇴직금을 수령한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수가 대부분 '급여' 항목으로 지출됐다"며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된 경우는 드물고 상여항목도 고정급 상여와 성과연동 성과급이 불명확하게 공시됐다"고 말했다.

이어 "임원 개별보수 공개제도는 단순히 개인의 사적정보 공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 합리적 임원 보수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순히 개별보수를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수 산정기준과 방법에 대한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에선 임원 보수는 민간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지나친 간섭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기업 임원의 연봉은 민간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수산정 기준을 세세히 공개하라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임원 연봉의 절반 가까이가 고정급 성격으로 기업실적과의 연계성이 낮다는 비판에 대해선 "기업 임원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고용이 보장돼 있지 않은 만큼 고용의 자체가 성과와 연동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연봉 구조만으로 성과 연계성이 낮다고 평가해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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