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다섯개, 국감스타들에겐 특별한 게 있다

[the300]국감 스코어보드 중간정리

김평화 기자 l 2017.10.18 16:06

국회의 역할은 입법과 행정부 견제다. 정부 견제의 대표적 수단이자 장이 국정감사다. 국회의원의 전공 필수 업무란 얘기다. 국감 과정에서 의원들의 ‘내공’이 확인된다. 화려함보다 내실있는 의원들이 돋보인다. 그렇게 스타 의원으로 탄생한다. 이들은 책상을 치며 무작정 소리만 지르지 않았다. 팩트(사실)에 기반한 자료를 토대로 피감기관들을 꼼짝 못하게 했다.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생활 국감’의 전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기자들은 지난 일주일동안 13개 상임위원회별 '국감 스코어보드'를 작성했다. 자료 충실도와 현장 활약, 국감 매너, 정책대안 등 4가지 잣대를 기준으로 삼았다. 별 다섯개를 받는 '만점 활약'을 펼친 의원은 총 3명이었다. 쏟아지는 화살을 잘 막아낸 피감기관 수장 2명도 만점을 받았다.

 

의원들 중에선 충실한 자료조사와 빈틈없는 논리로 무장한 국민의당 의원들이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정쟁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는 덕분에 정책 비판에 충실할 수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13일 국세청 국감에서 별 네개반을 받은 데 이어 16일 관세청·조달청·통계청에선 별 다섯개를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감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오성(5星)식'으로 불릴만했다.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와 조달청의 '엇박자'를 지적했다. 지난해 6월 기재부가 중소 조선업계를 지원하겠다며 '조선업 구조조정 대응·고용지원 및 지역경제 대책'을 발표하고 관공선을 조기 발주하기로 했는데 중소업체들의 신용도가 낮아 RG(선수금환급보증)를 발행받지 못해 계약도 이행할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감에 출석한 박춘섭 조달청장이 기재부 예산실장으로 일할 당시 일어난 일. 조달청은 현재 해당 업체들에게 계약 위약금 수십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중이다. 오히려 중소업체들의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김 의원의 지적에 박 청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같은 기재위 소속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도 두 번 연속 별점 네개 반을 받았다.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의회에 입성한 박 의원은 조달청 나라장터 가격이 일반 온라인 쇼핑몰보다 2배가량 비싸다는 것을 증명하는 등 철저한 자료조사를 기반으로 피감기관들을 당황시켰다. 

 

16~17일 법무부와 법제처 등을 상대로 열린 '위기의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관록이 돋보였다. 법사위 국감은 "막가파 대감", "완장", "죽여버리겠다" 등 표현들이 나오며 '막장' 분위기로 갔다. 국감장을 지킨 노 의원과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이 남아 "우리 둘이 국감하자"며 '웃픈(웃기면서 슬픈)'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노 의원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국감의 전형을 보여줬다. 노 의원은 법무부 국감에서 지난 10일 '유엔 사회권 규약 위원회'가 한국정부에 사회권 개선을 권고한 것과 관련 "지연되고 있는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조속히 수립하고, 법무부 인권국의 '실 승격' 등 위상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거 대안을 제시했다.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서울지방경찰청 국감에선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가장 '국감다운 국감'을 보여줬다. 유 의원은 서울시 민원센터인 다산 콜센터 등 대부분의 서울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을 파고 들었다. 정치성향을 떠난 실효성 있는 정책 제안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선 여당의 두 초선의원이 눈에 띄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불리하게 협상이 흘러갈 경우 한미 FTA(자유무역헙정)를 언제든 파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당당히 협상에 임해야 한다"며 당당함을 보여줬다. 

 

비례대표 출신 김현권 민주당 의원은 AI(조류인플루엔자) 관련 하림·올품·한강·체리부로·사조화인코리아·동우 등 국내 대표 가금계열사들이 살처분 보상금을 더 받으려고 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추궁을 당하는 입장인 피감기관에서도 기어코 활약을 보인 수장들이 있었다.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감에선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맹활약했다. 3선 의원답게 '국감 노하우'를 꿰뚫고 있는 듯 했다. 공격에서 수비로 포지션이 바뀌었지만 금세 분위기에 적응했다. 의원들의 질의를 능수능란하게 받아쳤다. 일부 의원들의 질의시간까지 배려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같은날 법사위 대법원 국감은 김소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돋보였다. 법원의 독립성이 화두였던 이번 국감에서 김 처장은 여야 의원들의 쏟아지는 공세를 크게 당황하지 않고 응수했다. 김 처장은 인정할건 인정하고 해명할건 해명했다. 국감에 나선 의원들은 물론 현장에 있던 피감기관 직원들과 기자들도 김 처장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