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가격이 무서워

[the300][워킹맘 좌충우돌](9)

이윤진 사회복지학 박사(육아정책연구소) l 2017.11.06 06:00
“엄마, 나 저거 사줘!”, “ 엄마 나도, 나도!” 

언젠가부터 일상이 되어버린 주말 아침 풍경. 뭔지 알 수 없는 TV속 장난감을 사달라는 아우성에 잠이 깬다. “저게 뭐지?” 싶은 생각에 인터넷 검색에 돌입한 나는 회사를 안 가는 주말이면 마음속 죄책감을 살짝 접고 TV 리모콘을 쥐어주던 내 모습을 곧 후회한다. 아니 뭐 이리 장난감이 여러 종류이고 비싸단 말인가, 아이들의 장난감 욕심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이들 성장 단계마다 유행하는 장난감이 반드시 있다. 태어나서는 딸랑이, 초첨책, 모빌, 좀 더 크면 사운드북(책에 각종 동물과 교통기관 소리가 나오는 버튼이 있다, 요즘은 버튼만 누르면 녹음된 목소리의 성우가 책도 읽어준다), 주방놀이, 병원놀이, 미용실 놀이, 그리고 어느 성장단계이든 필수품인 인형과 로봇, 자동차, 공룡 모형까지 그 이름도 다양하다.

일하는 엄마들은 평소에 시간을 함께 보내줄 수 없다는 죄책감에 대한 보상심리로 아이들의 장난감 욕구에 순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 같은 경우가 그런 케이스다. 주말에 잠시 나들이라도 나가면, 쇼핑을 하기라도 하면 내 것보다는 아이들 물건에 먼저 손이 가는 것도 그 이유다. 같이 있어주지도 못하는데, 여력이 될 때 사주자. 

그래도 이건 너무 한다 싶다. 어떻게 매번 바뀌는 아이 마음을 그 수많은 고비용의 장난감으로 충족시킬 수 있단 말인가. 통계청에 의하면 장난감 가격은 2014년 이후 매해 상승하고 있으며 2015년 대비 2016년에는 4.47%로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여러 가지 양육관련 물품의 상승세 중 장난감 가격의 상승세는 무섭다. 몇천원부터 시작해 몇십만원에 이르는 장난감까지 한 개 두 개 사다보면 지갑이 얇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육아종합지원센터라는 육아를 지원하는 일종의 서비스 전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러 가지 기능을 하고 있어 여기서 다 나열하기 벅차지만, 대략적으로 본다면 말 그대로 ‘육아에 대한 종합적 지원’ 을 하고자 만들어진 곳이다. 개인적으로 육아종합지원센터의 프로그램 중 장난감 도서관을 애용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원하는 것을 내 자식 품에 다 안겨주고 싶지만 그 비싼 돈을 주고 그들이 원하는 장난감을 다 사줄 여력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유용한 국가적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싶어서다.

물론 장난감 가격이 비싸니 무조건 국가시스템을 활용하면 다 해결된다는 말은 아니다. 잘 이용하고, 서로 배려하면 한때 지나가는 성장 단계에서 장난감이라는 부수적인 물품을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 또한 수월치 않음에 더욱 답답하다. 모두가 공동으로 쓰는 물건이기에 빌려가고 가져다주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몇 년 전 붕붕카(집에서 타는 자동차 장난감)를 빌렸다가 가져다 줄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아 연체료를 그 장난감 가격만큼 낸 기억이 생생하다. 

많은 부모들이 이미 장난감도서관의 존재를 알고 이용하고 있지는 하지만, 정작 빌려가고 싶은 장난감을 가져가려면 큰 차를 소유하고 있거나 센터 옆에 살아야 하는 불편함, 내 것이 아니라고 막 사용하여 훼손하는 뻔뻔함 등이 공존하는 한, 장난감을 중심에 둔 ‘공동육아문화’ 확산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가 돈으로 매입한 이 장난감들은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장난감 가격의 상승세가 무섭다면, 육아를 함에 있어 장난감 가격이 가계에 부담이 된다면 장난감 가격의 상승을 제재할 방안을 강구하기 전에 일단 현존하는 제도를 잘 이용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 혼자 아닌 국가와 함께 하는 육아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윤진 박사/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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