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중의 외통수]美무기 구매 원하는 트럼프의 '글로벌 호갱'이 되지 않으려면...

[the300]

오세중 기자 l 2017.11.08 04:19

편집자주 외통수는 외교통일안보의 한 수를 줄인 말입니다. 외교·통일·안보 현안을 두 눈 부릅뜨고 주시해 문제점을 집어내는 노력을 해보겠다는 의미입니다. 공정한 시각이라는 이름의 편향성을 지양하고, 외교·통일·안보 이야기를 주로 다루면서 제 주관에 따라 형식의 구애 없이 할 말 다해보려고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방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평택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찾은 자리에서 “한미 간 논의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놓고 '통상 압박'을 시사하는 직설을 날린 것이다.

아시아 순방에 나선 트럼프의 사업가적 기질은 이미 예견됐다. '미국 중심주의', '미국 경제 부흥'의 슬로건을 들고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에게 미국의 이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그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아베 신조 총리와의 골프 라운딩 등 이틀간 4끼의 식사를 하는 친밀도를 과시한 뒤 미·일 기업 경영자 간담회에선 자동차를 예로 "(미국과) 일본과의 무역은 공평하지 않고, 개방돼 있지도 않다"고 불평을 쏟아냈다. 이어 미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도 '불공평한 무역 관계 해소'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일본은 대량으로 (미국산) 군사장비를 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F-35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라고 했다. 무기 판매상을 연상케 한 발언이다.

이같이 사업가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트럼프의 방한은 우리에게도 큰 부담이다. 미국이 골칫덩어리로 생각하는 '북한'이 때론 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군수산업의 판매로를 개척하는 데 북한만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가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과 원자력추진잠수함 보유를 원하는 만큼 미국으로서도 이 같은 '안보 선물'을 던져주듯 수용하고, 미국산 무기 판매를 위한 '거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움직임은 이미 존재한다. 지난 9월 4일 미국 백악관이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중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수십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무기와 장비를 구매하는 것을 (문 대통령에게) 개념적으로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무기 판매를 위해 토대를 다지고 있던 셈이다. 심지어 지속적으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주장해온 만큼 분담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고 무기 판매로 이른바 '퉁'을 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미국산 무기 구매가 우리나라에 필요하거나 시급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군 당국이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구축을 위해 추진되던 '그린파인 레이더' 추가 도입사업과 'M-SAM'(중거리지대공미사일) 성능개량 사업을 중단하고 미국의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인 SM-3 도입에 나선다는 것이 석연치 않다. SM-3는 남한을 향한 북한의 미사일 요격용으로는 요격고도가 지나치게 높아 적합하지 않는 등 비판이 많은데도 군 당국이 굳이 올해 12월 양산에 들어갈 사업을 멈추고, SM-3 구매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압박이 있었냐는 의혹이 있는 대목이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 첨단 무기 구매는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한국 지형에도 부합하지 않고, 작전 효율성과 무관한 무기를 미국의 압박에 의해 구매에 나선다며 혈세 낭비다. 이제는 적어도 '매년 40조원 예산으로 이제까지 뭐했냐'는 비아냥을 듣지는 말아야하지 않을까? 글로벌 호갱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오세중 기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