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이야기]정치인 '대수사 시대'…검찰 특활비에 대한 배려

[the300]내년 예산안 법무부 특활비에 대한 배려…사정 정국 속 국회의 검찰 봐주기?

김태은 기자 l 2017.11.21 06:20



국회는 '예산 전쟁'이 한창입니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와 각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한번,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또한번 '칼질'이 이뤄집니다. 올해 '예산 전쟁'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역시 특별활동비입니다. 국가정보원 특별활동비 상납 비리가 불거지면서 국정원 뿐 아니라 정부 부처 전체의 특활비에 '삭풍'이 몰아닥쳤습니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 비리'를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검찰도 예외는 아닙니다. 검찰의 예산을 손에 쥐고 있는 법무부의 특별활동비가 특히나 표적으로 떠올랐습니다. 최근 국정원 특활비가 여야 국회의원 5명에게도 흘러들어왔다는 보도가 검찰발로 나오면서 가뜩이나 밉상으로 떠오른 검찰입니다. 더구나 특활비로 '돈봉투 만찬'을 벌인 사건이 불과 몇달 전이다보니 검찰 수사 지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무부 특활비는 바람 앞 등불처럼 예산 삭감을 각오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결과적으로 법무부 특활비는 올해보다 사실상 10% 감액에 그쳤습니다. 정부가 전 부처의 특활비를 올해 대비 20% 삭감하기로 한 것에 비하면 선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엔 국회 예산 심사의 '배려'가 숨어있었습니다. 

◇내년도 법무부 특활비, 154억? 173억?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특활비 명목은 154억1300만원입니다. 올해 특활비 예산 192억6700만원보다 20% 줄여서 편성한 금액입니다. 법무부 관계자들의 표정이 울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법무부 예산안이 심사의결된 지난 14일 법사위 전체회의의 한 장면입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 법무부 장관님, 지금 법무부 특활비가 많이 깎였다. 어떤가. 괜찮은가.

▷박상기 법무부 장관 : 원래대로 승인됐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특정업무경비로 항목이 바뀐 것 같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박범계 : 검찰국장님, 일선 검찰청에 수사비로 지원하는 게 이 비목으로 많이 지원되는 것 아닌가.

▷박균택 검찰국장 : 네, 그렇다.

-박범계 : 수사에 위축이 되고 지장이 될 소지가 없는가.

▷박균택 : 걱정이 많이 된다.

-박범계 : 그런데 얼굴 표정이 장관님도 그렇고 검찰국장님도 그렇게 크게 걱정이 안 되는 표정이어서 그냥 넘어가겠다.

▷박균택 : 걱정이 많이 되는데 이미 결정이 났기 때문에 지금 따로 말씀드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닌…….

-박범계 : 아니요, 결정이 난 게 아니죠.

법무부가 크게 걱정하지 않는 사연은 이렇습니다. 특활비 명목상으로는 20% 삭감이 됐지만 법사위 예산심사소위에서 특활비처럼 쓸 수 있도록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기타운영비를 늘려주는 증액편성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증가한 예산 규모가 19억2700만원. 올해 특활비 예산보다 줄어든 38억5400만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즉 법무부가 특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20%가 아니라 10%만 줄어든 셈입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장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2017.11.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관 부처 사정은 해당 상임위가 알아준다?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아무리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인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정부부처가 비빌 언덕은 상임위입니다. 특활비가 줄어들면 일선 검찰에 대한 수사 지원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법무부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법무부가 지원하는 검찰의 특활비를 늘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적폐청산 기조 하에 각종 수사가 몰리고 있는 검찰에 대한 격려 차원입니다. 법사위 '터줏대감'인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과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란히 이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 적폐청산 차원에서 검찰에서 수사를 많이 하고 있지 않느냐. 특히 금년에는 어떤 필요성에의거해서도 적폐청산에서 검찰의 역할이 너무나 중차대하다. 저는 매년 특수활동비에 대해 검찰은 좀 삭감하고 사법부는 증액하자는주장을 했는데 금년만은 수정하겠다. (특활비 예산을) 복원시켜서 적폐청산 검찰 수사를 철저히 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고맙다. 부대의견에 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 배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는 상호 모순된 내용이 있어 고민하고 있는데 복원해 주시면 그런 부분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배정하도록 하겠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 법무부 특활비 사용내역이 전혀 나타나지 않느냐.

▷박상기 : 내부적으로는 감사를 위해 기록한다.

-이춘석 : 특수활동비 논란은 국정원에서 전용해서 쓴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잘못 집행되거나 깜깜이로 사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징벌적 형태로 20%씩, 10%씩 일률적으로 가액하는 것이 맞는 건지 검토가 필요하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원장에 대해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 17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2017.11.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야당의 딜레마…얄밉지만 무서운 검찰

물론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야당에서는 검찰의 특활비 남용에 대한 페널티 차원에서 삭감이 불가피하다며 견제구를 던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부터가 검찰을 "좌파정권의 충견"이라고 부르는 등 검찰에 대한 강한 압박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검찰의 특활비 논란에 따끔한 일침을 잊지 않았습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 전직 검찰국장이 특활비를 전용했으면 페널티로라도 특활비가 대폭 삭감되는 게 맞다. 지금 법사위 예산소위 위원들이 마음이 너무 좋아서 사실상 하나도 감액을 안 하고 특정업무 경비로 비목을 변경해 줬다. 더구나 국정 원 특활비를 직접 수사하는 주무기관으로서 예산 집행에 관해 오히려 모범을 보여야 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 저희로서는 위원님의 그런 지적에 대해서 전혀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예산결산특위에서도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이 특수활동비 집행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9억6325만원 삭감을 주장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 역시 검찰 특활비 사용에 잇따라 문제제기를 하는 등 꼬투리를 잡는가 했습니다.

그러나 법사위와 예결위 모두 법무부 특활비에 대한 삭감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특활비 예산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크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 특활비는 예상보다 손쉽게 국회를 통과하는 분위기입니다. 

정부부처에 대한 예산심사권이 국회의원들의 무기이긴 하지만 검찰의 사정 칼날이 매서운 이 때, 검찰 특활비를 깎는 데 부담을 느낀 걸까요? 검찰 특활비는 이렇게 '예산 전쟁'을 유유히 피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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