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잠자는 '지진법'…깨어나야 할 법안은

[the300][런치리포트-지진대응 체계의 민낯]②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통과된 지진법 고작 '6건'…아직도 40여건 계류中

이건희 기자, 조준영 인턴기자 l 2017.11.21 06:25
2017년 초겨울 다시 뜨거워진 국회 내 지진대책 논의는 새롭지 않다. 지난해 9월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뒤 놀란 국회의원들은 잇따라 법안 발의에 나섰다. 이렇게 1년 간 국회에 쌓인 지진법은 총 50여건에 달했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기까지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고작 6건(대안반영폐기 제외)에 불과하다. 통과된 법안 중 대표적인 것은 △기상청장의 긴급재난문자 서비스 법적 근거 마련 △신축건물에 머릿돌 내진능력 표시 등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회에는 40여건의 법안이 통과를 기다리며 잠들어있다. 


지금은 새로운 법안을 발의하기보다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 묻혀있는 지진법을 다시 발굴할 때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20일 '깨어나야 할 지진법'을 주요 항목으로 묶어 정리했다.

◇'건물·시설' 내진능력 강화하자=지진에 대비해 건축물 등의 내진능력을 올리는 법안 상당수가 20대 국회에 발의됐다. 박찬우 자유한국당(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축법 개정안은 16층 이상 및 바닥면적 5000㎡ 이상의 건축물만 공개하게 돼있는 내진능력을 2층 이상의 건축물 또는 연면적이 500㎡ 이상 건축물로 확대해 안전을 강화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주차장법 개정안을 내고 기계식주차장이 지진하중 등을 고려해 설계됐는지 설치 전부터 검증을 강화토록 했다. 현재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재직 중인 김영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은 지진 발생시 고층 건축물에 설치된 승강기가 위험하다는 점을 지적해 지진감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교육시설의 안전점검 및 인증 등의 법적 근거를 총체적으로 확보한 유은혜 민주당 의원의 교육시설기본법, 내진등급에 따른 건물의 구조·재료 기준 설정과 점검·처벌 강화를 국토교통부 장관의 임무로 명시한 안규백 민주당 의원의 건축법 개정안 등도 건축물의 내진능력을 총체적으로 제고하는 법안이다.

◇"안전지대는 없다" 활성단층 조사 속도=포항 지진을 계기로 활성단층(최근에 운동을 했으며 미래에 운동을 할 수 있는 단층)의 조사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대 국회에도 활성단층 및 지반 안전 등의 조사를 강화하자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상당수 발의됐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활성단층 지도를 5년마다 갱신하는 일을 의무화한 지진·화산재해대책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같은 당 함진규 의원은 활성단층에 대한 연구 결과 및 지도 등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활성단층을 파악하기 위해 한반도 전역의 단층에 관한 조사·연구 근거를 마련하는 지진·화산재해대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와 함께 관계기관도 공동으로 연구에 함께하도록 하는 규정을 포함했다. 

지난 17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이 포항 지진상황을 여러 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진 '예방' 위해 예산 지원로도 마련=의원들은 의무뿐만 아니라 지진 대비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예산 지원책도 마련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과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나란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발의해 학교에서 재해 발생시에만 쓸 수 있는 재해대책특별교부금을 '재해 예방' 목적으로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교육시설 내진보강기금'을 설치하는 입법안 및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함께 내놓았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에서 기존의 민간소유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보조할 수 있는 지진·화산재해대책법 개정안을 발의해 민간건축물 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덜도록 했다.

◇'지진 우려'와 함께 떠오른 문제 '원전'=경북 경주와 포항 등 한반도 동남부는 원자력발전소(원전) 밀집지역으로 꼽힌다. 이에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됐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원전에 대한 총체적 견제장치를 마련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을 냈다. 해당 법은 원자력이용자의 허가·재허가·인가·승인·등록·취소 및 방사성폐기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한 부분을 원안위의 심의와 국회의 동의를 거쳐 확정토록 했다.

같은 당 서형수 의원도 원안위의 원전 검증에 민간검증단이 의무적으로 참여해 투명성을 높이는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원전 부지 반경 32㎞ 이내에 활성단층이 있다면 원전 건설을 아예 금지하는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더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선언토록 한 '원전의 단계적 폐쇄 및 에너지전환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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