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다"

[the300]

박소연 기자 l 2017.11.20 16:34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혁신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정은은 소프트 파워로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다."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최근 미국을 다녀온 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변화가 100%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그는 "소프트파워를 넣어서 북한 사람들을 변화시켜야 한다. 김정은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미 한국 드라마와 노래가 북한 전역을 휩쓸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사력을 다해 막으려고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대북 제재와 압박이 효과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제재·압박 때문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랫동안 제재에 단련돼온 북한 경제가 당장 무너지지도 않을 것이다. 때문에 국제적 대북 압박의 목표와 시한을 북한의 핵무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를 차단하는 데 둔다면 그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압박의 목표는 더 근본적이고 더 장기적이어야 한다"며 "대북 압박은 궁극에는 북한체제의 변화 또는 소멸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도 그때 함께 해결될 것이다. 결국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인 것이다. 그러나 이때 레짐 체인지는 군사적 옵션이 아니라 정보 유입과 대북 압박으로 이루어내야 하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는 때가 오지 않겠나"라는 질문엔 "먹고 사는 것은 인민의 문제고,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는 순간 자신의 권력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정은은 2012년 권력을 승계한 뒤 '2015년을 조국통일의 대사변의 해로 만들자'고 선언하고 이때까지 전쟁준비를 끝내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군단장들을 데리고 전후방 부대들을 다 돌아다녔지만 현실은 암담했다"며 "탱크나 장비들은 낡아빠졌고 서류상 몇 만 톤 있다고 돼있는 석유 창고에 가보니 다 빼먹고 바닥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김정은은 할아버지 아버지가 해 오던 핵개발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후계 과정이 짧았던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도 북한사회 전체를 한 가지 목표로 몰아가야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핵 개발이 내부 통치용이기도 하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엔 "2013년 북한이 경제와 핵 병진노선을 선언할 때 김정은이 밑에서 써준 보고서에 없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핵무기를 완성하는 길은 쉽지 않다. 미국과 중국 같은 대국들이 막으려고 별짓을 다할 것이다. 미국과 싸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전쟁에 앞서 우리 내부 전쟁부터 일어날 수 있다. 핵무기를 만드는 건 우리 내부의 사상과 의지의 대결"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의 이런 성격이 대외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가 걱정이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가야 하나"라는 물음에 "어떤 경우에라도 북한에 대한 소프트 파워 유입과 단호한 제재 압박은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이제 핵 보유국 행세를 하면서 비핵화를 전제로 한 어떤 협상도 거부할 것"이라며 "미국과 핵 군축 회담을 하자고 하면서 핵무기 몇 개, 미사일 몇 개 줄이는 대신 평화협정이니 미군철수니 하나씩 내놓으라고 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 협상에는 결코 나가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면 인내심을 갖고 제재와 압박을 계속하면 된다"며 "북한 체제는 변하거나 아니면 소멸한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시간은 우리쪽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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