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인데도 새벽에 불려갔다"…與, '병원내 갑질' 문제 점검

[the300]을지병원·성심계열병원 등 피해사례 직접 들어…우원식 "특단대책 세워야"

이건희 기자, 조준영 인턴기자 l 2017.11.21 11:35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병원 내 '갑(甲)질' 문화 현장증언 및 긴급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명절이나 일요일 새벽 2시에도 병원에서 부르면 달려가야 했다. 만삭이 되고 출산 50일 전까지 계속 그랬다"
-대전을지병원의 한 간호사. 21일 더불어민주당 '병원 내 갑(甲)질 문화 현장증언 및 긴급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1일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한림대학교 산하 성심계열병원 등 병원 내에서 벌어진 갑질 사례를 직접 듣고,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당내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종합대책 지원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이같은 회의를 진행했다.

의원들은 각 병원의 간호사들이 겪은 갑질 사례를 이날 회의에서 직접 들었다. 일부 현장 증언자들은 신상 노출을 막기 위해 가림막 뒤에서 피해 사례를 증언했다.

익명을 요청한 춘천성심병원의 한 간호사는 "얼마 전 근로계약서에 적힌 휴게시간 1시간을 보고 놀랐다"며 "저희는 밥을 5~10분 이내에 먹고, 화장실도 못 가 생리대도 교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병원에 장기자랑, 체육대회, 바자회 등 많은 행사가 있어 그때마다 간호사들은 업무와 병행해 행사를 참가한다"며 "12시간 일하는 건 기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림대재단은 재단 만의 독특한 문화로 '화상회의'를 진행한다"며 "이사장에 입맛 맞는 내용을 골라 병원 간 피터지는 경쟁을 한다.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5개월 이상 들어가는데, 제작 담당자는 1달 전부터 기존 근무에서 빠져 매일 12~16시간씩 작업한다"고 말했다.

대전을지병원의 한 간호사는 "제가 근무하던 곳은 통상근무하는 곳이었는데, 임신한 뒤 명절과 일요일 새벽 2, 3시에도 병원에서 부르면 달려가야 했다"며 "만삭되고 출산 50일 전까지 계속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 출산 후 90일 동안 휴가를 마치고 육아휴직을 하고 싶었지만 병원에서 육아휴직은 동료들이 힘든지 말든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며 "육아휴직은 다른 나라의 일이었다"고 울먹였다.

이 밖에도 간호사들 및 보건의료노조의 부당한 갑질 피해 사례 소개가 이어졌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병원 내 갑질에 대해 "병원 인권의 사각지대가 비리 백화점과 다를 바 없다"며 "더 늦기 전에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된 병원들에 대해 인권 침해 사례를 시급히 조치하도록 요구하고, 국회 차원에서도 보건의료 관련 특별법 처리를 지원하는 등 종합대책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병원 내 '갑(甲)질' 문화 현장증언 및 긴급대책회의에서 병원 내 갑질로 피해입은 한 간호사의 증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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