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참사법' 통과이끈 국민의 '분노'…"진상규명" 외치던 한국당, 사실상 반대

[the300]패스트트랙 지정후 통과까지

김민우 기자 l 2017.11.24 16:48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 통과되자 방청 중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족 등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7.11.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땅!땅!땅!"
24일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법'('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가결을 알리는 의사봉이 국회 본회의장에 울려퍼지자 방청석에서 박수와 함게 "와~"하는 탄성이 터졌다. 세월호·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서로 얼싸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전날 불거진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 은폐 의혹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위원배분'구성과 '활동기간'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던 상황에서 "진상규명을 해야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급물살을 탔다. 국민의당은 법통과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적극 지지로 돌아섰다. 그러나 "정권을 내놓아야 한다"며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 은폐 의혹에 의지를 불태우던 자유한국당은 이날 법안 공동발의를 포기하며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했다.

◇촛불의 힘 탄생해 촛불의 힘으로 완성된 '사회적참사법'=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회적참사법은 '촛불'의 힘이 건재함을 보여줬다. '세월호 변호사'로 통하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은 지난해 12월 '제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 특별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켜 진상 규명을 하기 위해 발의됐다.

이 법은 박근혜정부 때 활동한 세월호 특조위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국정조사 특위 등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제대로 완료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진실'을 원하는 국민여론에 힘입어 발의한지 일주일만에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패스트트랙 1호법안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본회의 가결여부는 불투명했다. 세부 내용에서 각 당이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다. 그러다 지난 24일 해수부의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 은폐의혹이 불거지면서 여론이 급물살을 탔다. 여야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에서 은폐의혹이 불거졌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사회적 관심이 다시 '진상규명'으로 향하면서다.

국민의당은 법안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며 본회의 통과에 힘을 보탰다. 법안통과 전날까지 민주당은 특조위 활동기간을 2+1년으로 주장했고 국민의당은 1+1년으로 주장하며 합의를 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2+1년을 원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활동기간을 양보하며 법안 처리에 힘을 보탰다. 박주민 의원이 전날 밤 피해자가족들을 찾아 특별법 최종안에 대해 설명했고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유가족들도 합의안 피해자 가족들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직접 찾아가 법안 처리를 호소하기도 했다.

◇"진상규명" 외치던 한국당, 결국 반대 = 박근혜정부 시절 여당이던 한국당은 본회의 직전 법안 공동발의에서 빠지며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했다. 투표는 '자율투표'에 맡겼다. 한국당은 사실상 '반대' 당론을 공공연하게 외쳐왔지만 국민여론상 반대할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자율'투표로 돌린 것이다.

김선동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그것(합의안)을 수용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 표출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법안 토론에서 △절차상의 문제 △중복조사 등의 문제를 들어 "정권이 바뀌었으니 검찰이 재조사하면 된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전날까지만해도 해수부의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 은폐 의혹의 진상규명을 주장하며 정부여당을 비판한 것이 무색하게 됐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사퇴하라'는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이 엄청난 사건에 대해 마치 제3자인냥 유체이탈 화법으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신속, 정확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국민들이 용서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세월호 의혹 7시간을 확대 재생산해서 집권했는데 유골 은폐 5일이면 얼마나 중차대한 범죄냐"며 "정권을 내어놓아야할 범죄"라고까지 비판했다. 진상규명을 주장하며 진상규명을 위한 법안 처리에는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당이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방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당시절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하는 시나리오가 담긴 문건이 발견되기도 했고 특조위 활동연장 법안도 반대해 왔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해수부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은폐 의혹 진상규명을 주장하는 한국당에 격한 반감을 드러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 더러운 입에 '세월호'의 '세'자도 담지 말라!"며 "진상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피해자들을 끊임없이 모독한 너희들이 감히 유해발견 은폐를 한 자를 문책하고 진상규명을 하고 사과하라고 말할 자격이 있느냐. 제발 너희들은 빠져라, 구역질 나온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참사법 주요 내용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사회적 참사법은 재석 의원 216명 중 찬성 162표, 반대 46표, 기권 8표를 얻어 가결됐다.

특조위원은 상임위원 5명을 포함한 9명으로 구성되고 이 중 여당 4명, 야당 4명, 국회의장이 1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이가운데 상임위원은 국회의장이 1명, 여당 2명, 야당2명이 추천한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위원회에서 의결해 선출한다. 야당 몫은 한국당이 3명, 국민의당이 1명을 추천키로 했다.

특조위 인원은 120명으로 정했다. 활동기간은 조사개시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1년으로 하되 한차례 1년 이내에서 연장할수 있도록 했다. 조사범위는 법정안정성을 고려해 1기 특조위, 가습기 국정조사특위 조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나 확정된 사건의 범죄 사실은 조사기록, 재판기록 등을 통해서만 조사하도록 했다. 단 새로운 단서나 증거가 제출된 경우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사회적 참사법이 지난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돼 본회의에 자동상정됐지만, 과연 이 법이 가결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더 좋은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피해자들과 함께 노력한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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