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신성장 글로벌 프로젝트 '나비'

[the300]이광재 여시재 원장 "연결과 통합의 미래를 만들어야, 중심은 동북아"

정현수 기자, 고석용 기자 l 2017.11.26 15:41


나비 프로젝트 구상도 /사진제공=여시재

'나비 프로젝트'. 말 그대로 나비를 형상화한 프로젝트다. 기존 적도항로와 새롭게 부상하는 북극항로를 연결하면 나비 모양이 된다. 나비 프로젝트는 북극항로를 연결해 유라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을 하나로 만드는 경제질서를 구상한다.


나비 프로젝트를 제안한 재단법인 여시재의 이광재 원장은 "인간의 역사는 길을 만드는 역사"라고 말한다. 나비 프로젝트 역시 길을 만드는 역사다. 하지만 그냥 역사가 아니다. 이 원장은 "나비의 몸통은 동북아시아"라고 강조한다. 나비 프로젝트는 동북아, 나아가 한국의 미래를 담고 있다. 나비는 유대어로 예언자(NABI)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이 원장은 26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2017 여시재 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일대일로와 북극항로가 연결돼 유라시아 나비의 왼쪽 날개가 될 때 인류 문명은 진화할 것"이라며 "나비의 오른쪽 날개까지 이어 연결과 통합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비 프로젝트는 북극항로에 주목했다. 북극의 동쪽항로와 유라시아 대륙을 오른쪽 날개(북동항로)로 본다. 북극의 서쪽항로와 아메리카 대륙은 왼쪽 날개(북서항로)다. 북동항로로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이동하면 기존 남방항로보다 30%의 거리가 줄어든다.


이 원장은 "실크로드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했고, 콜럼버스는 유럽과 아메리카를 연결했다"며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밸류체인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루트가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광재 여시재 원장 이 26일 오전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 미래로 연결된 동북아의 길: 나비 프로젝트를 주제로 열린 '2017 여시재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나비 프로젝트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그 시발점이다. 나비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동북아시아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2015년 기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한다. 해상물동량의 절반도 이들 지역에서 나온다. 지리적으로는 태평양과 북극항로의 중간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분모는 '에너지'다. 한·중·일은 대표적인 에너지 과소비 국가다. 반면 이웃한 러시아는 에너지 강국이다. 각국의 협력을 위한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다. 이 원장은 "한·중·일이 에너지 소비 협의체를 만들어 전력을 나눠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아시아 슈퍼그리드'를 제안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슈퍼그리드는 에너지의 '통화스와프'와 같은 개념이다. 손 회장은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각국의 전력망을 연결해 공유하자고 주장했다. 현재 사업 타당성이 검토되고 있다.


여시재는 나비 프로젝트가 구체화되면 새로운 항구도시들이 등장할 것으로 봤다. 도시들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도 각국은 경제자유구역 등을 설치해 해외자본과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지금의 경제자유구역에는 자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경제자유구역을 자유무역의 거점으로 보기엔 한계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 원장은 "각국의 경제자유구역과 경제자유구역을 시범구역으로 하나씩 만들어서 물류와 사람, 금융을 원활하게 교류할 수 있게 한다면 이 같은 모델이 표준화되고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나비 프로젝트를 설명하면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의 사진과 당시에 사용된 티켓을 보여줬다. 이 원장은 "손기정 선수는 후쿠오카와 부산, 하얼린을 거쳐 베를린으로 가서 금메달을 땄다"며 "80년이 지난 지금은 저 길을 못가고 있는데 나비란 위대한 꿈을 꿔야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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