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당' 거부하는 50대의 반란…"안희정·김부겸 있는데 왜?"

[the300][보수의 몰락-②버림받은 보수]50대, 보수 동조화 20대 총선부터 확실히 깨져

김태은 기자 l 2017.12.12 04:30


조기 대선을 3개월여 앞둔 올 2월 초. 작은 이변이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율의 급등 현상이었다. 1주일만에 9%포인트가 오른 19%를 기록했다. 대세론의 문재인 민주당 후보도 긴장케 한 수준이었다.

눈길을 끈 것은 연령별 지지율이었다. 안 지사의 급부상을 이끈 주역은 바로 50대였다. 연령별 지지율 현황에 따르면 20~40대에선 ‘문재인’, 60대 이상에선 보수 진영 잠재 후보였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위였다. 전형적인 ‘보수 대 진보’ 구도였다. 그러나 50대에서 이 구도를 깨고 야권 후보에 눈길을 줬다.

50대의 ‘변심’은 안 지사에 대한 지지를 변곡점으로 최종 대선 결과까지 이어졌다. 안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한 후 50대 지지율 조사에서 보수정당 인사가 우세로 올라선 적은 없다. 대선 투표 직후 이뤄진 출구조사에서 50대의 36.9%가 문 후보를 뽑았다. 문 후보를 포함,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 총합은 70%에 육박했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50대 득표율은 27%에 그쳤다. 50대가 보수를 버린 셈이다.

안 지사를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사실상 문 대통령에 맞설 보수 후보 포지션을 잡은 것이란 해석도 있다. 그러나 50대의 대안 찾기가 보수 진영 밖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 사회에서 50대는 20~30대 진보 성향을 거쳐 40대를 거친 뒤 본격적으로 보수화에 접어드는 세대였다. 특히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의사결정 주도권을 쥔 세대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주류의 방향을 결정하는 세대로도 여겨진다.

50대의 탈(脫)보수 경향이 고착화된다면 보수는 그야말로 선거 때마다 가장 영향력있는 ‘고객’을 뺏기는 위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50대의 탈보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발생한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4월 20대 총선 때부터 50대의 이상 징후는 확인됐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어 160석 이상의 대승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결과는 민주당의 1위였다. 그 충격 뒤엔 50대의 반란이 존재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 50대는 새누리당에 51%의 지지를 보냈다. 야당(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40%였다. 그러나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50대 지지율은 39.9%로 급락했다. 대신 민주당을 비롯한 야3당의 지지율이 53.7%를 기록, 50대의 보수정당 우위 성향이 뒤집혔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 보수정당을 꾸준히 지지해 왔다는 50대 한 남성은 50대와 60대의 확실한 구분을 이유로 든다. “60대 이상의 지지를 위한 북풍몰이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나이든 사람만 바라보는 정당은 이제 죽은 정당이다. 자유한국당이 지금 모습 그대로면 사멸할 정당밖에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보수정당의 50대 정치인들이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보수정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대선 잠룡들이다. 이들이 주목한 50대의 탈보수 추세는 ‘86(60년대생, 80년대 학번)’세대가 본격적으로 50대에 진입해 보수진보 구도의 세대 구성이 변화한 점이다.

50대인 옛 새누리당 인사는 “지금의 50대는 예전의 50대와 달리 독재정권에 저항한 세대적 경험을 공통분모로 갖고 있다”며 “아울러 50대라도 기존 ‘올드 제너레이션’ 편입을 거부하고 30~40대의 연장선상에서 라이프사이클을 유지하는 경우가 늘어나 정치적 성향 역시 보수화를 거부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보수정당 역시 50대를 60대 이상과 함께 묶어 반공과 국가주도 성장 등의 기존 보수 아젠다만 강조하는 경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으로 이어진다.

50대의 보수 동조화가 깨진 또하나의 문제는 다름아닌 ‘사람’이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보수 진영의 주류 세력이 급격히 노령화된 데 비해 민주당 등 진보 진영에서는 ‘386’들이 명실상부한 주류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정부 당시 30대에 정치권에 들어왔던 이들은 문재인정부 들어 사회 곳곳에 전진 배치됐다.

안 지사나 이재명 성남시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상징적 인물이다. 내년 8월 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에서는 그야말로 이인영·우상호·송영길 등 ‘86’ 세대 대표주자들이 당권을 놓고 경쟁해 50대 권력교체를 눈으로 확인시켜줄 참이다.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남경필·원희룡 지사를 제외하고 약진하는 50대 리더가 거의 없다. 50대인 한 대기업 대표이사는 보수에서 마음이 돌아서게 된 이유에 대해 “인물이 없지 않나. 이쪽(진보·민주당)에는 그래도 안희정이 있었고 김부겸 같은 인물도 있다”고 말했다. 50대가 보수화된 자신들을 대변해줄 리더를 굳이 기존 보수정당에서 찾을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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