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학년 초딩, 방과후 영어 '셧업'?

[the300]런치리포트- 이주의 법안]①박인숙 바른정당 의원, 초등학교 방과후 영어수업법 대표발의

조현욱 보좌관(금태섭 의원실), 정리=조철희 기자 l 2018.01.05 04:00

18조1000억원.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초·중·고등학교 사교육비 총 규모다. 전년에 비해 학생수가 21만명 줄었지만 사교육비는 2000억원 늘었다.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다. 

국회는 19대 때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을 제정했다. 2014년부터 시행된 공교육정상화법은 사교육 대책 일환으로 선행학습을 억제해 사교육비 부담을 덜고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제정 당시에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학원의 선행학습 광고 금지 조항이 있지만 벌칙규정은 없다. 선행학습 금지가 학교에만 국한된 '반쪽짜리 법'이라는 지적이다.  

선행학습 금지 대상엔 학교 정규수업 뿐만 아니라 방과후학교 과정도 포함됐다. 방과후학교는 지난해 기준 1만1791개 초중고에서 337만명 학생들이 참여했다. 전체 학생의 59%에 달한다. 국어·수학 등 교과프로그램과 음악·미술 등 특기적성프로그램이 방과후학교로 운영되는데 영어 관련 교과프로그램이 가장 많다. 그만큼 학생들 간 영어 교육 격차가 크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은 다음 달 말로 전면 폐지될 예정이다. 공교육정상화법은 선행학습 금지 대상에 예외를 뒀다. 그중 하나가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이다. 법 시행 당시 3년 간 일몰기한을 둬 다음 달 말이 시한이다. 3월부터는 1·2학년 방과후학교에서 영어수업이 사라진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 방과후학교 영어수업 지속 시행 여론이 높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청원글이 적잖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은 최근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이 문제를 정조준했다. 선행학습 금지 대상 예외조항에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을 신설했다. 

학원비와 방과후학교 비용은 수십만원 차이가 나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는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키운다. 또 학원을 같이 규제하는 것이 아니어서 주변에 영어학원이 없는 시골학생들은 도시학생들과 영어학습 출발선상이 달라진다. 박 의원은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이 맞벌이·저소득층 가정의 수요가 높고, 만족도와 실효성이 가장 높은 수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 = 기존법대로 선행학습 금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영어학원만 득을 볼 것이라는 비판이 대립한다. 공교육 영어과정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그 이전 영어수업은 선행학습이라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반면 당장 오는 3월부터 방과후 영어수업이 사라지면 다수 학생들이 영어학원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초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1000원이다. 방과후학교는 학생 1명이 1.8개 과정을 수강하며 월 4만8000원의 비용을 부담한다. 따라서 방과후 영어수업 폐지 시 반드시 대책이 필요하다. 

◇"이 법은 타당한가?" = 방과후학교 정책에 대한 평가에 달려있다. 박 의원 법안에 소속 의원들이 동참한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표는 "방과후 영어수업 문제도 학원을 안보내고 교실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육정책의 핵심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방과후학교로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자는 정부 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정상화하면 사교육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사교육 문제 분석으로 정확하고 실효적인지는 판단이 엇갈린다. 방과후학교는 '저렴한 수업료를 강점으로 하는, 학교가 운영하는 학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과후학교는 학생 수요에 맞춰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이 이뤄지는 공교육 내실화 정책이다. 따라서 공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운영돼야 한다. 

◇"이 법은 실행가능한가?" = 이 법으로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내실화를 담보할 수는 없다. 다만 영어교육 환경의 양극화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소득층과 비도시지역 학부모들에겐 필요한 정책이고 지지를 얻을 것이다. 교육부도 시행령 변경을 통해 법 개정 방식이 아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방과후 영어수업 콘텐츠 공급자들은 이 개정안에 반색하고, 영어학원 운영자들은 반발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실행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법 제정 때부터 선행학습 금지를 어느 기관까지 할 것인지 쟁점이었다. 학원 등 사교육 기관을 포함할 것인지,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유치원까지 포함할 것인지, 초·중·고등학교 중 일부 학교만을 금지 대상으로 할 것인지 격론이 일었다. 결국 일부만 금지한 결과 사교육 억제책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선행학습 금지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기존법의 취지가 잘 실현됐는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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