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봄과 새벽 다가오나..'문재인 타임' 3개월에 달렸다

[the300]'원샷'보다 단계적 협상…美 "100% 文 지지"에도 "실수 반복 안돼"

최경민 기자 l 2018.01.05 06:00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일 새벽 2018년 새해맞이를 위해 2017년을 빛낸 의인 6명과 북한산에 올라 사모바위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있다. 2018.01.01.(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마침내 '문재인 타임'이 찾아온 것일까. 취임 후 8개월 동안 '압박과 제재'라는 카드 하나로 '한반도 평화'라는 목표를 향해 나가야 했던 문 대통령에게 대화 테이블이 보이기 시작했다.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온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온다"고 해 온 문 대통령 표현대로 '봄'과 '새벽'이 가까워진 격이다. 성과를 내기 위한 '문재인 타임'은 북한의 돌발적 도발이 없는 한 우선 3개월 정도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대한 '최대한도의 압박'을 강조하면서도 대화의 숨구멍을 하나 뚫어놨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을 참가시켜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그것이다.

'북한을 대화의 입구까지 데리고 오는 게 우선'이라는 이 전략은 일단 성과를 내고 있다. 이번 판문점 연락망 복원의 계기는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미비에도 서둘러 2017년 연내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새해가 되자 평창올림픽 참가 의향을 밝혔다. 끊이지 않는 북한의 연속된 도발, ICBM 기술 발전에 따라 커져가는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 등 악재가 가득한 속에서 열어놨던 단 하나의 출구가 열렸다. '대화를 통한 남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표를 가진 문 대통령 입장에서 고무적인 상황이다. 

'문재인 타임'은 북한의 돌발적 도발이 없는 한 우선 3개월 정도가 될 것으로 청와대는 관측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개최 시점과 북한의 ICBM 기술 발전속도 등을 고려한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작은 성과라도 마련해 내 군사적 긴장 수준을 낮추는 실마리를 찾고, '문재인 타임'을 연장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얽힌 실타래를 한 번에 풀 수 있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기 보다, 하나 하나 단계적으로 협상을 밟아아가는 과정을 선호한다. 미국 등 동맹국들과 발을 맞춰 나가면서, 한편으로는 '국민의 절반은 찬성하고, 절반은 반대하는' 대북정책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기조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든다는 비교적 '소프트한' 목표 달성을 시작으로 대화채널 확대에 서서히 나서는 모양새도 바로 이런 이유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걸리지 않고, 국내에서도 약 80%의 지지를 받는 사안이다. 판문점의 대화채널을 공고하게 한 후 이산가족 상봉 협의, 그리고 군사 핫라인 복원 순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북핵 관련 대화의 조건도 '동결'을 우선시할 게 유력하다. 핵 동결을 시작으로 '기브 앤 테이크' 형식의 협상을 시작해 '폐기'까지 나가는 구조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동남아 순방 당시 "북핵 미사일이 고도화된 상황을 비춰보면, 빠른 시일 내에 단숨에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일단 동결을 하고, 그 다음에 폐기로 나아가는 식의 협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냥 장밋빛인 건 아니다.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북한의 기습적인 도발이 한 번만 발생해도 겨우 잡은 대화의 동아줄이 끊어질 수 있다. 평창올림픽 기간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한다는 한·미 정상 간 합의의 전제도 "북한이 더이상 도발을 하지 않을 경우"다.

기존의 대결 국면을 협력 국면으로 전환하는 것도 쉬운 과제가 아니다. 북한은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의 핵 협상을 위해 '핵 보유국 인정'이라는 방침을 고수할 게 유력하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한·미의 원칙과 어긋나는 전제다.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대사는 "북한이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미국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경제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만 북한과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최대한도의 압박'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과 공조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0%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화끈한 지원사격을 해줬지만, 양국 정상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며 '최대한도의 압박' 캠페인의 지속에 합의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말처럼 북한의 대화기조를 "한국과 미국을 멀어지게 하려는 목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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