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공공성 확보 범위는 어디까지?

[the300][워킹맘 좌충우돌](12)돌봄확대 발표 반가워..출발의 평등 보장해야

이윤진 사회복지학 박사(육아정책연구소) l 2018.01.12 15:00
또 겨울 방학이다. 그리고 아이는 엄마를 더욱 필요로 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할머니가 대신해줄 수 없는,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엄마를 향한 아쉬움이 늘 아이에게서 보인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애잔함을 누릴 (?) 감정의 여유란 애초에 없다. 내가 아이를 돌보고 있지 않으면 다른 그 누군가가 반드시 돌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내게 남아 있는 것은 여전히 들리는 아동학대 사건과 끊이지 않는 아동을 표적한 여러 사건들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현실 뿐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출산 전 개인이 가지고 있던 역량을 출산 후에도 여전히 혹은 더욱 더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 문화, 공보육 체계 정립으로 일과 아이 키우는 것이 동시에 행복한 사회, 아이의 안전이 보장되어 마음 놓고 일 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복합적인 저출산 대응 정책은 고용, 주거, 교육 등 모든 문제를 포괄하여야 할 것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해결하여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직접 키우는 엄마들은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정책의 실현이 더욱 절실하다. 어린이집 시간제 돌봄, 온종일 돌봄을 확대하고 가족의 형태, 일의 형태에 따라 유연하게 보육 시설이 운영되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가 반갑기만 한 이유이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갑자기 뭐든 것을 혼자 할 수 있게 ‘급성장’ 하지는 않기에 일하는 부모는 아이가 연령이 증가하여 유치원에 가고 그 이후 초등학교에 가도 늘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순간 오후 12시 근방이면 하원을 하게 되는데, 이때의 돌봄 공백은 소위 ‘경단’을 초래하는 주요인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도 돌봄 공백은 반드시 ‘공공의 책무’ 로서 메워져야만 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하원 후에 노란 버스에 탑승한 채 이곳에서 또 다른 저곳으로, 그리고 저녁에 다 되어서야 집으로 오는 현실은, 사교육 필요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일차적으로 정규 교육 시간이 돌봄의 공백을 채우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 방과 후에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검증된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안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유치원과 학교 주변에 즐비한 ‘노란 버스’ 가 이토록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간 해오던 일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경제적 비용과 그 효용성을 따지기도 전에 돌봄 공백 시간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아이를 집 밖으로 내돌려야 하는 우리의 현실은 방과 후 돌봄의 중요성을 가장 현실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지점이다. 

엄마들은 선행학습 여부보다는 방과 후 활동의 알찬 프로그램 편성과, 공공성 차원에서 사교육을 하지 않고도 학교에서 유치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방과 후 돌봄의 국가적 책임이야 말로 보육 공공성 확보의 밑거름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다양한 육아지원서비스는 저출산·고령화 대응 차원의 인구정책적 성격과 더불어 자녀양육 부담의 사회화를 통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대와 아동의 표준적 발달 지원 목적을 함축한다. 그리고 포용적 복지국가의 가장 핵심적 키워드는 ‘포용성’ 이라할 수 있다. 이때 보육 영역에서의 포용성이라 함은 누구든 소외되지 않고 공공의 영역에서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고 돌봄을 누릴 수 있는 정책으로 대변될 수 있다. 

어떤 아이든 사교육 시장에 내몰리지 않고, 부의 편차가 사교육의 유무, 경험의 유무와 질을 결정짓지 않도록 국가 책임에 의해 출발의 평등선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공보육 틀 내에서 방과 후 돌봄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여, 또는 선행학습 금지로 인해 부에 있어 우위를 가진 일부의 아이들만이 사교육 시장을 이른 시기부터 경험하게 된다면 보육의 공공성 확보라는 국가적 슬로건이 무색하게 이미 영유아기부터 출발의 평등선은 보장하기 힘들 것이다. 

물론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시기에는 일을 좀 덜 하는 등 생애주기에 따른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으로 유연근무와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2018년. 엄마들의 삶이, 가족의 삶이, 무엇보다 아이의 삶이 더욱 행복해져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외부기고/칼럼] 
이윤진 박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