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파 백화점이 어디야?

[the300][대한민국 1987-2018]④영화 '1987' 장면 속 그 장소·그 제품…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추억의 소품

김태현 기자 l 2018.01.13 07:01

편집자주 14일은 '6월 항쟁'의 불씨를 당긴 고(故) 박종철 열사 사망 31년이 되는 날이다. 머니투데이는 '영화 1987' 신드롬을 통해 대한민국의 31년전과 오늘을 짚어 봤다.



"희망과 꿈을 드리는 미도파"

지금은 사라진 미도파백화점의 1980년대 TV광고 문구다. 1970년대 태어난 91~95학번 신세대와 96~00학번 X세대에게는 익숙한 광고다. 1980년대 태어난 N세대 중에서도 '미도파'라는 이름 정도는 들어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최근 5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1987'을 보면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소품과 장소가 등장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도파백화점 명동점이다. 극 중에서 미도파는 국부독재 타도 시위의 중심지로 등장한다. 

여주인공인 연희(김태리 분)가 이한열 열사(강동원 분)를 처음 만나는 곳도 미도파 앞이다. 또 연희가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군부독재 타도 시위를 찾아 뿌연 최루가스 사이를 헤집고 뛰어가는 장면에서도 미도파의 모습이 잡힌다. 

명동 입구에 위치한 미도파는 당시 시위의 시작점이기도 하지만 1980년대 신세계, 코스모스와 함께 서울 중구 백화점 시대를 이끈 3대 백화점 중 하나다. 총 매장 면적 740평에 지상 6층, 지하 1층으로 명동 3대 백화점 중 가장 컸다.

1954년 개점한 미도파는 1971년 재계 순위 34위 대농그룹에 인수돼 전국으로 매장을 확장하며 승승장구했다. 1992년에는 서울 최대 베드타운인 노원구에 점포를 내고 평일 하루 7억~8억원의 매출을 올려 단일 매장으로 전국 4위까지 올랐다.

그렇게 잘 나가던 미도파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나가 떨어졌다. 결국 2002년 롯데에 인수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영화에서 연희가 신발 한켤레를 잃어버린 이한열 열사에게 사주는 운동화는 타이거운동화다. 부산 지역 신발 제조사인 삼화고무에서 출시한 제품이다.

1934년 설립된 삼화고무는 1984년 '타이거'라는 이름으로 운동화 시장에 뛰어들어 1980년 중반까지 수출 실적 1~2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92년 부산 지역 신발 산업이 위기에 직면하면서 1992년 문을 닫았다. 

타이거운동화는 실제 1987년 6월 9일 이한열 열사가 경찰의 최루탄에 피격 당할 당시 신었던 운동화와 같은 브랜드다. 피격 당시 이한열 열사가 신고 있었던 타이거 신발은 2015년 복원돼 현재 서울 서대문구 이한열기념관에 보관돼 있다. 

술도 빼놓을 수 없는 영화 속 소품이다. 극 중 초반 검찰 공안부장(하정우 역)은 압류된 양주를 몰래 자신의 힙플라스크에 옮기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에 수입 양주의 시중 판매가 허용된 건 1972년이다. 그러나 300%가 넘는 양주에 대한 주세 탓에 일반 소비자들은 마셔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결국 미군에서 유출된 양주들이 판을 쳤고, 검찰에 압수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980년대는 국산 위스키가 범람한 시기이기도 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질 좋은 위스키가 필요했던 정부는 적극적으로 국산 위스키 제조를 지원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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