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시대정신에 몸을 맡겨"…'참 서울시장' 향한 도전

[the300]"문재인정부 성공이 첫번째 기준"…서울시장 출마 "국민 판단 기다리는 중"

김태은 정진우 기자, 조준영 인턴기자 l 2018.01.18 05:50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이 시대의 참정치인'. 정청래 전 의원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문구다. '가짜 정치'를 향해 촌철살인으로 일갈하며 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내는 정청래식 '유쾌·상쾌·통쾌' 정치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러나 정치인 정청래에 대한 지지자들의 반응은 환호로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15년 전당대회에서 최약체로 평가되던 그를 일반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에서의 돌풍으로 종합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지난 20대 총선 당시 그의 공천탈락에 분노한 지지자들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선거 전체가 흔들릴 뻔했다. 정청래가 형성해온 '정치 팬덤'이 민주당 내에서 얼마나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였다.

최근 정 전 의원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면서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그에겐 국회의원 배지도, 청와대 핵심 요직도,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타이틀도 없다. 대신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필요한 경우 행동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영향력있는 지지자 집단이 자발적으로 그에게 모여들었다. 

"국민이 지도자인 시대"에 "정치인의 낡은 권위주의를 내던지고 국민들에게 묻어가"는 정 전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서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정 전 의원은 예의 '사이다 발언'이 아닌 '시대정신'이라는 묵직한 고민을 내보였다. 문재인정부를 탄생시킨 '이 시대의 참정신'에 부응하기 위한 본인의 역할에 대한 물음 끝에 서울시장 도전이란 답안지를 받아든 참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시대'와 '진짜(참)'를 고민하는 정치인 정청래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대한민국 국민 정청래'. 20대 총선에서 실패한 후 국회의원도, 지역위원장도 아니다. 그냥 국민이다. 그래서 명함도 '대한민국 국민 정청래'로 바꿨다. 국민에게 줄서고 붙겠다는 의미에서다. 가장 힘이 센 게 국민이니까. 예전에 페이스북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난 국민에 묻어가겠다".

28일 간 1150만이 클릭한 정청래 트위터. 집단지성의 힘이 정답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의 지혜를 빌려야 한다. 정청래가 트위터를 하면 촌철살인, 맞는 말만 한다고 하는데 이게 내 머리로 나오는 게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쪽지로, 댓글을 보내준다. 정치권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알려준다. 그러면 그것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려 트위터에 올리는 것이다. SNS는 애들이 노는 공간이 아니다. 여기에 매몰되지도 않지만 지식과 정보다. 나는 보좌관이 없지만 수많은 국민 보좌관이 있다.

국민이 지도자인 시대. 도지사든, 시장이든, 군수든, 내가 잘나서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지도자는 정치인이 아니다. 처음 국민들이 탄핵을 하라고 했을 때 국회는 저항했다. 그러나 촛불 시민혁명이 탄핵을 관철시켰고 정권교체를 이뤘다.

120년 전 동학혁명으로부터 이어져왔던 미완의 민주주의 혁명을 완성시킨 것이다. 지금의 지도자는 촛불국민이다. 지금의 여의도 정치인들은 진보적인 시민정신을 못따라가고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지도자입네, 나를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정치인이 대중을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라 대중이 정치인을 지배하고 장악하는 시대다.

시대정신, 문재인정부의 성공, 열혈 지지자들. 시대정신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의 성공이다. 그리고 문재인정부를 탄생시킨 열혈지지자들은 시대에 가장 민감하고 가장 앞서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문빠, 다 덤벼?'라며 한판 뜨자고? 그건 휘발유통을 들고 불속에 뛰어드는 것이다. '문재인 현상'의 핵심 기저는 심리적 일체감이다. 노무현 정부 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싶다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비판적 지지를 했던 것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한 결과다. 문 대통령 열렬 지지자들의 피끓는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

서울시장의 조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중요한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눈높이가 있다. 바로 역사의 눈높이다"라고 했다. 새로운 시대가 되면 그 시대정신에 맞도록 내가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한다.

서울시장은 문재인정부 성공에 부합하느냐가 첫째기준이다. 대선 가는 디딤돌로 삼거나 그런 것은 곤란하다.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사람은 절대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대중은 사납기도 하다. 일주일이면 뒤엎는다. 지금 지지율 압도적 1위는 중요치 않다. 나 역시 국민들의 판단을 기다려 최종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선거, 그리고 '문재인 마케팅'. '문심(文心)'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깊이있는 정치인이다. 자신조차 '문재인'이란 이름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국민들이 청와대에 보내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친문(친문재인) 인사를 분류하는 것은 의미없는 짓이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도 다 가려서 본다. 국민들이 그렇게 우매하지 않다. 이번 서울시장은 분란없이 가야 한다. 분란 일으키는 사람은 한방에 훅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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