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얕잡아 봤다' 테슬라에서 쇠퇴한 포드의 그림자가!

[the300][MT리포트-기로에선 테슬라]① 전기차 선도 테슬라, 출발 포드만큼 화려…자동차 경험 부족, 양산 등서 경쟁 밀려

유희석 기자 l 2018.01.17 05:30

테슬라, 매일 80억 원씩 손실…8월에 현금 바닥날 수도미국 자동차회사 포드와 테슬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100년 전 헨리 포드가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면 일론 머스크는 전기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또 하나 공통점이 추가되고 있다. 이번에는 암울하다. 혁신의 시대만 열었을 뿐 정작 자신은 쇠퇴할 수 있다는 것.

테슬라는 지난해 3월 야심차게 보급형 전기자동차 ‘모델3’를 선보이며 50만여 명으로부터 계약금까지 받았지만 양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올 8월 자금 위기설이 대두하고 있다. 2001년 회계부정 사태로 파산한 엔론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테슬라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선발자의 이점이 사라지면서 GM은 물론 중국의 추격까지 받고 있다. 먼저 혁신해놓고 GM에 한참 밀려버린 포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1. 테슬라, 출발은 포드만큼 화려했지만 

포드와 테슬라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혁신적인 스타 창업가. 포드는 도살장에서 영감을 얻어 컨베이어벨트의 대량생산체제를 도입하면서 ‘포드주의’라는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머스크는 결제(페이팔), 태양광(솔라시티), 테슬라(전기차), 우주항공(스페이스X), 인공지능 등에 종횡무진 뛰어들면서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또 하나 공통점은 새로운 시대의 출발이라는 것. 포드는 “적당한 봉급을 받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동차를 몰 수 있게 하겠다”며 보급형 ‘모델T’를 출시하면서 순식간에 미국 자동차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다. GM에 포드는 넘볼 수 없는 벽이었다.

머스크는 세계 최초로 전기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선보이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세단형 ‘모델S’를 출시하면서 2010년 IPO(기업공개) 때 주당 19.20달러이던 주가가 지난해 383달러로 1900% 이상 치솟았다. 전 세계 자동차회사에 테슬라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2. 하지만, IT가 자동차를 얕잡아 봤다 

테슬라의 영광은 길지 않았다. 테슬라의 보급형 모델3는 포드의 보급형 모델T를 떠올리게 하며 세계적인 선주문 열풍을 몰고 왔지만 문제는 생산이었다. 양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그동안 내재했던 문제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테슬라는 지난해 7월부터 ‘주간 5000대 생산’을 공언했지만 배터리 수급에 실패하면서 이 약속은 지난해 11월 → 올 3월 → 올 6월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대규모 취소사태가 발생하면 테슬라는 수억달러, 그러니까 수천억원을 물어내야 한다. 

모델3로 수익을 개선하려던 계획이 실패하면서 재무구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만 6억1940만달러(약 6592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는 “양산 목표가 연내 달성되기 힘들 것”이라며 “부채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양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올 8월 현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월가의 유력 투자자인 짐 캐스노는 “테슬라가 망하기 전의 엔론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모델3 양산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경험부족 때문이다. 머스크는 테슬라를 IT기업처럼 운영해왔고 전기자동차를 IT기기로 홍보해왔다. 그러면서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대량 생산은 자동차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그래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양산에 최적화돼 있다”면서 “하지만 테슬라는 자동차산업의 가장 기본인 양산 최적화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3. 선발자의 이점 사라지며 포드처럼 GM에 밀릴 운명 

더욱이 선발자의 이점은 이미 사라지며 전기자동차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GM이 대표적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GM은 초호화 전기차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테슬라에 앞섰으며 2023년까지 20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라며 “더 이상 테슬라가 이 시장을 장악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다 패러데이 퓨처와 같은 중국 전기자동차의 추격도 무섭다. 테슬라의 SUV ‘모델X’를 겨냥한 신차 양산에 들어갔다. 

혁신을 선도했던 포드가 1930년대 GM에 밀려 2위로 밀려난 것과 닮았다는 분석이다. 포드가 더 싼 차를 고집하며 디자인을 고정시키고 검은 색 모델T만 만들고 있을 때 GM은 “각각의 주머니 사정과 목적에 맞는 여러 차를 만들겠다”며 차종을 쉐보레, 폰티악, 올즈모빌, 뷰익, 캐딜락 등으로 다양화했다. 포드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3분의1로 떨어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테슬라의 지난해 시가총액이 포드를 넘어 GM를 위협할 정도였지만 양산과 경쟁과열, 취약한 재무와 같은 문제를 모두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자동차시장을 너무 얕잡아 봤던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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