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시작한 수소차 전쟁…日치고나가고, 中 쫓아온다

[the300][수소전기차 전쟁]① 정의선 부회장, 김동연 부총리에게 충전소 지원 요청...日·中 정부차원 지원

김남이 기자 l 2018.01.18 05:35
"수소전기차(이하 수소차)와 자율주행차가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고 협력사의 발전 기회가 되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수소차 분야는 정부에서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전향적인 지원을 검토하겠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7일 김동연 부총리가 경기도 용인시 현대차그룹 환경기술연구·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현대차 경영진과 협력사 대표 간담회에서 정의선 부회장과 주고 받은 내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본은 소름 돋을 정도로 수소차 시대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래 에너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친환경차 시장에서 전기차(EV)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수소차 패권을 쥐기 위한 레이스가 시작됐지만 국내에서의 우려는 적지 않다. 수소차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춘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계 대상 1호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고, 미세먼지의 주범인 유해 배출가스가 없는 친환경차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환경이 만만치 않다. 이미 높은 기술력을 가진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수소를 차세대 에너지로 규정해 적극 육성 중이고, 중국은 2030년 전기차 100만대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수소차에서 가장 앞선 현대차, 3월 ‘넥쏘’ 출시=
 김 부총리는 이달초 'CES 2018'에서 공개된 ’넥쏘‘를 이날 타보고, 정 부회장에게 직접 관련 설명을 들었다. ’넥쏘‘는 오는 3월 판매가 시작된다. 

이날 만남에서 정 부회장은 김 부총리에서 수소차 충전시설 구축 계획을 조속히 추진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 수소차 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는 10여곳뿐이다. 정부는 올해 계획한 8곳 설치 외 추가조성이 가능한지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전세계 최초로 2013년 2월 ’투싼 FCEV’를 출시했다. 경쟁자인 토요타 ‘미라이’ 출시보다 1년 이상 앞섰다. 수소차 시장을 개척한 장본인이다.

당시 분위기는 수소차보다 전기차에게 유리했다. 미국 ‘테슬라 돌풍’ 등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며 예측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현대차는 '수소차를 개발하느라 전기차 시장 진입이 늦었다'는 비판까지 받아야 했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감지된다. 전기차가 충전시간과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에서 한계를 드러내면서 자동차 업계가 다시 수소차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자율주행·커넥티드 기능이 추가되면서 차량의 전기소비량이 많아지면서 '수소차=미래차'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다. 

이미 수소차 기술을 확보한 현대차로서는 좋은 소식이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우선 국내 충전인프라가 가장 큰 문제다. '충전소가 없어서 수소차가 안팔린다'는 의견과 '수소차가 없어 충전소를 안 짓는다'는 소모적 논쟁 속에 지속되고 있다. 

◇日 2020년 도쿄올림픽에 초점, 차세대 ‘미라이’ 나온다= 일본은 수소차 시장에서 가장 앞선 국가이다. 전 세계에서 수소차를 양산 중인 브랜드 3개 중 2개(토요타, 혼다)가 일본 브랜드이다. 토요타는 2014년 12월 ‘미라이’를, 혼다는 2016년 3월 ‘클라리티’를 출시했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현재 ‘클라리티’가 589km(북미기준)로 가장 길지만 오는 3월 현대차 ‘넥쏘’가 출시되면 1위 자리는 바뀐다. ‘넥쏘’는 59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인증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도 지난 ‘CES 2018’에서 기자를 만나 "‘넥쏘’가 토요타보다 앞선 기술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토요타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차세대 ‘미라이’ 출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 정부도 2020년에 중심을 두고 정책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가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넥쏘’를 공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수소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규정하고 전략을 짜고 있다. 2030년까지 현재보다 1500배 증가한 연 30만톤 수준의 수소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수소차는 이 전략의 핵심이다. 

일본은 2020년 수소차 4만대, 충전소 160개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는 수소차 80만대, 충전소 900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수소버스와 수소트럭 로드맵도 내놨다. 

민간기업도 정부와 함께 움직인다. 토요타, 혼다, 닛산 완성차 3사 주도로 수소충전소 공동운영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참가기업에는 일본정책투자은행도 있다. 이들은 정부의 수소차 로드맵을 지원한다. 


◇중국, 2030년 수소차 ‘100만대 시대’ 준비=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중국도 공격적인 목표를 세우고 한국과 일본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수소차 5000대, 수소충전소 100기 이상 목표를 세웠다. 2030년에는 수소차 100만대 시대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보조금도 전기차와 차별화를 두기 시작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 보조금은 점차 축소하나 수소차는 현재 지원금(20만위안)을 유지한다. 상하이시는 3단계에 걸치 수소차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수소차 선도기업 1곳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기업 가운데서는 상하이자동차와 치루이자동차가 각각 2015년과 2016년 수소차를 선보였다. 양산차 수준은 아니지만 상하이차 수소차는 주행거리가 400km에 이른다. 초기 ‘투싼 FCEV’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외에도 중퉁자동차, 중즈신에너지자동차 등이 수소상용차를 개발 중이다. 

이미 수소차 기술을 가진 현대차에 러브콜을 계속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수차례 중국에서 수소차 설명회를 가졌다. 중국자동차공정학회가 만든 국제연료전지협회 부주석(부회장)에는 현대차에서 수소차 개발을 담당하는 이기상 전무가 선임됐다. 

이기상 전무는 최근 "중국 수소차에 눈을 뜨고 열정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 일본은 향후 수소에너지 시대로 가겠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이를 구체화시켜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하기